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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시각화 전문가 인터뷰] 디자인보다 ‘분석’의 잣대로 접근해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9-17 16:16
조회
111

디자인보다 ‘분석’의 잣대로 접근해야

분석가가 볼 수 없는 영역까지 보는 전문가 … 데이터 시각화 전공자의 취업률 높아

▲ 이지선 숙명여자대학교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


• 어떤 계기로 데이터 시각화를 접하게 되었나.

숙명여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프로그래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네오위즈와 야후코리아 등에서 일한 것까지 포함해 직장 생활을 15년 정도 했다. 야후코리아 근무 시절, 미국 본사에서 휴먼컴퓨터인터렉션(HCI)와 관련해 교육을 받았다. 이때 개발 관점이 아닌 사용자 관점에서 인터페이스와 인터렉션에 관심과 더불어, 포탈이 가진 방대한 콘텐츠를 어떻게 사용자에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미국 뉴욕대에서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을 밟으며 데이터 시각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 그곳의 다니엘쉬프만 교수로부터 ‘프로세싱’ 언어를 배우면서 본격적으로 자바 언어를 이용한 시각화를 공부하게 됐다. 그때가 2006년 전후였는데, 미국에서는 데이터 분석 시각화에 대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막 이슈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때 데이터 시각화 분야에서 매우 유명한 두 명의 전문가를 강연을 듣고, 이들의 연구 과정을 알게 된 것이 내 연구와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 MIT미디어랩 출신의 버락 아리칸(Burak Arikan)과 ‘프로세싱’ 언어를 만든 벤프라이(Ben Fry)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버락은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노드로 아름답게 시각화하는 전문가로 잘 알려졌다. 프로세싱을 개발한 벤프라이도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해서 표현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한국도로공사 등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데이터 시각화를 하는 사람으로) 외부에 알려지게 된 거 같다.

 

•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가.

국내에서는 ‘인포그래픽스’가 데이터 시각화를 표현하는 데 종종 쓰이곤 하는데, 이러한 용어에 대한 개념을 먼저 정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시각화는 주로 노드로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정보 시각화는 그래프로 표현할 때 쓴다. ▲정보 디자인은 정보시각화와 인포그래픽스 개념이 혼재된 용어다. 따라서 (빅)데이터 분석에서 시각화를 말할 때는 ‘데이터 시각화’ 또는 ‘정보 시각화’라는 용어를 써야 맞다. 인포그래픽스는 데이터에 내러티브한 설득적 메시지 요소가 많아 정보 분석이 들어갈 여지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시각화에서는 정보형 메시지와 설득형 메시지가 있는데, 인포그래픽스와 정보 시각화는 설득형 메시지에 가깝다. 하지만 정보형 메시지인 데이터 시각화는 인포그래픽스와 관련성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포그래픽스에는 의도하는 바, 다시 말하여 설득하는 메시지가 너무 많이 담겨 있으므로 보는 사람이 데이터 안에서 객관적으로 무엇인가를 유추해 내기가 힘들다. 이미 정보를 전달하는 의도가 다분히 들어가 있는, 즉 결론이 난 시각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 인포그래픽스를 데이터 시각화라고 했을 때, 디자인적인 요소가 강조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한국에서 ‘인포그래픽스를 한다’는 곳을 보면, 데이터 분석보다 디자인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곳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표현해 주는 것, 다시 말해 디자인을 해 주는 것이므로 진정한 의미에서 데이터 시각화 비즈니스를 한다고 보기 어렵다. 앞서 말했듯이 빅데이터 분석에서의 시각화는 통찰(insight)을 찾는 것이 목적이므로 비주얼이 강조되지 않는다. 비주얼 위주의 인포그래픽스는 마케팅이나 광고 분야에서 중요할지는 모르지만,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유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데이터에 들어있는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제시하려면 적어도 데이터세트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시각화 또한 데이터 분석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다.

 

• 분석 프로젝트에서 시각화 전문가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데이터 분석가가 정형 또는 비정형 데이터로 도출한 데이터세트를 R이나 타블로 같은 도구로 고객이 쉽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역할을 한다. 분석의 일환이므로 분석가와 협업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몸담고 있는 숙명여대의 시각?영상 디자인학과에서는 학생들에게 R과 프로세싱 등을 가르치고 있다. 데이터를 다룰 수 있어야 분석 전문가들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최종 고객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시각화’라는 용어만 놓고 보면, 디자인을 잘 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영역으로 느껴진다.

글쎄다. 개인적으로 누구나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자 하는 욕구가 어디에서 생겼느냐?’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통계분석을 하는 사람이 분석 결과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데이터 시각화를 할 때는 이미 시각화 도구로 많이 쓰이고 있는 R이나 타블로 같은 도구를 쓰면 된다. 이를 ‘시각화 분석(analytics)’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는 어떤 일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 두 가지 경우로 나눠서 할 수 있다.

먼저 ▲먼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의 일환으로, 사내에서 데이터를 분석해 구성원이 그것을 볼 수 있도록 제시해 주는 경우다.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거나 그런 자료를 보는 사람에게 뭔가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다. 이러한 시각화는 엑셀에서 그래프를 그려서 표현하던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최근에는 R이나 분석툴에서 제공하는 그래프를 이용하는 추세다(하지만 엑셀 같은 도구는 리얼타임 추세를 반영하기 어렵고, 요즘과 같은 복잡?다양한 시각화 이슈를 반영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로선 국내에서는 비즈니스에서 데이터 시각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 활용 가치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아직 어디에 쓰일지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빅데이터가 각광 받으면서 데이터 시각화도 동시에 주목을 받고 있을 뿐이다. 

▲두 번째는 ‘그 (빅)데이터로 우리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어?’에 대해 답, 즉 비즈니스 인사이트 도출을 요청할 때 대응해야 하는 경우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데이터로 시각화하는 일은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누구나 할 수 있다. 요즘 빅데이터라고 하면, ‘그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가 새로이 만들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는 무엇이 있을까?’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방법론은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이고, 사례도 그리 많지 않다.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전문성이 요구된다. 

기존에는 시각화가 분석 전문가의 능력 안에 포함되는 정도로 한정되었다. 정형 데이터만 다룰 때는 원천 데이터에서 데이터세트까지 가는 과정이 매우 단순했다. 하지만 비정형 데이터가 추가되면서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 데이터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세트가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분석한 데이터를 분석을 모르는 사람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하는데, 그 지점에서 시각화 이슈가 나온다. 

‘분석한 데이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들이 풀어줘야 한다. 또한 기존의 데이터 시각화에서는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보여줄지만 고민했지만, 요즘은 신사업 발굴까지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조직 내부의 니즈뿐 아니라, 비즈니스 관점에서 소비자에게까지 어떻게 데이터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 데이터 시각화는 디자인 요소가 크게 강조되지 않는 거 같다.

데이터 분석에서는 멋지게 디자인된 결과를 보는 것보다 니즈에 맞는 데이터를 보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로선 분석과 시각화한 결과물에 대한 분명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주는 방법론이 명확하게 제시된 것이 없는 상태다. 사실 요즘 빅데이터가 주목 받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가 아닌가? 하지만 그 요구에 대해 그 누구도 시원한 답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을 할 만한 사람의 역할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에서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들에게 요구하는 것, 즉 신사업 발굴 니즈를 채워주는 역할의 일부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고 이 분야의 시각화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왜냐 하면 시각화 전문가는 데이터세트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이후까지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분석가가 볼 수 없는 영역까지도 볼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는 말인가.

그렇게 볼 수 있다. 인사이트를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곧 시각화 전문가의 능력이고, 얼마나 전문성을 갖췄는지의 척도가 된다. 시각화 전문가는 데이터 분석가와 기업 경영자, 마케팅 담당자들과 소통을 하면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 디자인 관점에서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데이터 분석 역량의 토대 위에 시각화 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시각화는 비교적 검 증된 이론적이 서 있는 분야다. 예를 들어, 도넛그래프와 파이그래프를 쓰려면 당위성이 분명해야 한다. 비주얼을 강조하고 싶은 니즈를 수용하려면, 색채학과 타이포그래피를 알아야 한다.

 

• 현재로선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들은 디자인 분야에서 접근한 사람이 더 많지 않은가.

특별히 그렇게 볼 수도 없다. 미국의 경우로 한정해 보자. 앞서 소개한 버락 아리칸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임에도 색채를 매우 잘 쓰는 시각화 전문가로 통한다. 또한 데이비드 맥캔들리스(David Mccandless, 『정보는 아름답다』의 저자)는 기자 출신으로서 저널리즘 분야의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분석가도,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아니었는데 데이터 시각화 분야에서 매우 유명하다. 결국 필요에 따라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배운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림 1>데이비드 맥캔들리스의 데이터 시각화 작품 (출처: www.informationisbeautiful.net)


• 디자이너가 프로그래밍을 배우려면 어렵지 않나.

개인적으로 도로공사의 데이터 시각화 프로젝트를 할 때, R 시각화 패키지를 직접 배우면서 수행했다. 새로운 걸 배우는 데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데이터 시각화를 하기에 더 유리할 것이다. 시각화를 할 때 타블로나 프로세싱 같은 도구를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요즘은 매체에 따라 전달하는 메시지의 느낌도 매우 달라진다. 인쇄, 웹, 앱(애플리케이션), 정적 이미지 등으로 표현할 때마다 적용 기법이 매우 다르다. 결국 다양한 시각화 이론을 소개하는 책이나 영상을 보고 공부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데이터 시각화를 공부하면서 데이터 분석을 잘 이해할 수도 있다. 데이터 시각화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으므로 데이터 분석을 더 흥미롭게 배울 수 있다.

• 데이터 시각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조언을 한다면.

데이터를 분석할 때,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도 분석가들이 쓰는 도구와 이를 시각화하기 위한 프로래밍까지 알면, 강력한 무기를 갖춘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특히 빅데이터 시각화에서는 데이터베이스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시각화해 보여 주는 웹이나 모바일 기반의 다양한 시각화 서비스도 출현하고 있다. 따라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는 사람이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공부하면 변화를 수용하는 데 더 유리할 것이다.

•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에게도 폭넓은 교양이 필요할 거 같다.

데이터 시각화를 하면서 매우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한국도로공사의 데이터 시각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초봄에 찻길 동물사고(roadkill)가 집중되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중에서도 이동거리가 짧은 살쾡이 같은 동물의 피해가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는 함께 참여한 분석가, 발주처 담당자들과 토론해 그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때로는 동물 전문가 등 해당 분야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결국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이 먹이를 찾으러 다니는 시점이 초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초봄에 해당 동물의 서식지에 먹이를 집중 살포함으로써 동물 사고를 줄이고, 특정 구간은 생태통로를 굳이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그림 2> 길 위의 동물들(출처: http://www.slideshare.net/neofuture/animal-40000971)

 

• 데이터 시각화를 공부한 학생들의 취업률이 궁금하다.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의 지난해 졸업생 40명 가운데 4명이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부문에 입사했고, 전체적으로 80% 이상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개발도 실무 프로젝트를 성공해 본 사람이 잘 하듯이, 학부 과정에서 앱을 앱스토어에 직접 론칭해 보도록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에 따라 데이터 시각화에서 흥미를 느껴 정보?방송학(신문?방송학)을 복수 전공하는 경우도 있다. 정확하게 시각화 분야의 업무로 취업한 것은 아니지만, 시각화는 모바일과 웹 분야의 취업에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각화 분야 취업을 위해서는 이론뿐 아니라 실무 경험이 있어야 현장에 투입되더라도 잘 적응한다고 본다. (사진 제공: 이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