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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과 개발자

데이터 이야기
작성자
dataonair
작성일
2012-04-12 00:00
조회
6863


불확실한 미래

주위 개발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화두는 "나이 먹고 더 이상 찾는 곳 없으면 뭐해 먹고 살지"이다. 한국 사회는 지독히 연공서열을 따지는 분위기고 SI 개발 쪽은 특히나 갑, 을 문화가 자리하고 있기에 나이 많은 개발자는 잘 반기지 않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일 시키는 사람이나 일을 하는 사람이나 나이 때문에 서로 껄끄럽다는 게 그 이유다. 농담이 아니다. 필자도 과거에 이런 고민을 하느라고 뜬 눈으로 지새운 적이 많았다. 그래서 답을 얻었냐고 이 질문의 답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곰곰히 생각해보자... 정말 치킨 집은 쉬울까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적자에 하루 버티기도 힘들다던데... 평생 컴퓨터 앞에서 개발일만하던 사람이 치킨 집 차린다고 대박이 날까 혹자는 SI 개발 능력을 살려 "자바 치킨 집"으로 간판을 내걸고,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겠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한다. 그러나 경쟁이 더 치열할지도 모르는 자영업으로 전업은 더 큰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로또는 어떤가 농담으로 매주 로또 사서 월요일 날 출근 안 하면 당첨된 줄 알라고 우스개 소리를 한다. 그러나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번개 두 번 맞기보다 낮다고 한다. 이 역시 가능한 길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이렇다 보니 나이 먹으면 뭐 먹고 사느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뉴스에 나오는 구조조정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한국 사회가 그 만큼 불확실성이 크고 경쟁이 치열한 高 스트레스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는 30대, 40대면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가정을 이루고 안정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텐데... 지금 우리가 사는 현재는 그보다 처절하다. 그러나 낙담만 하고 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주변에 개발자들 혹은 후배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고민은 많지만 막상 뭔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냥 하루 하루 현실에 안주하면서 냄비 속에 서서히 익어가고 있는 개구리 신세와 별 다를 바가 없다. 막상 치킨 집 타령을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아무런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요즘 전산분야의 실상이 널리 알려지면서 줄어든 신규 인력 유입으로 인해 프로그래머는 30대 40대로 노령화되는 추세이다. 그러다 보니 개발자 부족으로 인해 당장 먹고 사는 일에 큰 지장은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역시 40대, 50대에도 이렇게 버티기에는 무언가 불안하다. 코딩 스킬에 대한 장벽은 많이 낮아진 상태이다. 그러므로 나이 먹고 단순 코더로 살아남겠다는 전략은 위험 천만해 보인다.
나이 먹고도 인정받고 살아남을 수 있는 치킨 집보다는 더 현실적인 전략은 없을까

다음은 전산분야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요구 되어 질 사항들이다. 이른바 중점 노력() 대상을 정리해보았다.

첫째, SI분야는 고도의 노동집약적 과정이다. 인력관리, 프로젝트 관리 등 운영 스킬이 매우 중요하다. 나이 먹어갈 수록 관리자로서의 당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할 필요가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프로젝트 관리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해둘 필요가 있겠다.

둘째, 설계 능력이다. 업무를 이해하고 이해한 업무를 바탕으로 현실적이고 체계화된 모델을 할 수 있는 능력 중요하다. 따로 관계형 데이터 모델링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능력과 적성이 맞는다면 추후 DA로 더 전문화시킬 수도 있다.

셋째, SQL 구사능력을 더 키우는 것이다. SQL은 일반 언어와 달리 쉽게 늘지 않는다. 처음에 배우기는 쉽지만 능숙해지기는 어렵다. 들어갈 때는 웃고 들어가서 나올 때는 울고 나오는 것이 SQL이다.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 최대한 SQL 구사능력을 키워야 한다. 대용량 데이터 시대에 SQL 구사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당신의 생산력은 SQL이 크게 좌우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강이다.

오래 앉아있는 직업상 건강이 엉망인 것이 개발자들의 현실이다. 그러나 나이 먹어갈수록 탄탄한 체력 말고는 믿을 것이 없다. 엄밀히 말해서 몸은 개발자의 자산인 것이다.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을 꾸준히 해주어야 한다.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필자는 그래도 경험이 전혀 없는 치킨 집 개업보다는 개발자로써 살아남기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편이다. 20대 신규입력의 유입이 줄어든 지금. 나이는 비록 많지만 관록과 풍부한 경험에 전문성까지 더한 당신을 여전히 필요로 하고 있다. 당신은 여전히 신입 개발자 10명 20명분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일당백의 수퍼맨들

주위를 둘러보면 일당백의 능력을 가진 개발자들이 가끔 눈에 띈다. DB 분야만 하더라도 수퍼 컨설턴트들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부러워하며 "나도 당신처럼 되고 싶습니다."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떤 분야를 보더라도 해당 카테고리에서 TOP에 들기는 쉽지 않다. 초인적인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눈에는 처음부터 수퍼맨이었을 것처럼 보이겠지만 과연 처음부터 초인으로 태어났을까 필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수퍼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실 주말에도 책을 놓지 않고 항상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일 것이다.
마냥 그들이 이룩한 성과를 부러워만 해서는 그들처럼 될 수 없다. 말로만 부럽다 하지 말고 죽을 각오로 노력해야 그들처럼 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어떤 특별한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해서 노하우만 찾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하는데 따로 노하우가 없듯이..." 일단 열심히 하기 시작하면 노하우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다. 처음부터 쉽게 바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10년 동안 우여곡절도 많을 테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때로는 노력해봐야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자리잡기도 한다. 그러나 기회의 문은 꾸준히 준비해온 자에게만 열려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덧붙이며...물론 모든 사람이 주말도 포기하고 가정도 버리고 살라는 뜻은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일과 가정과 생활의 균형이 맞는 삶을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