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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무지의 죽은 프로젝트 살리기 3회 : SI 사업 착수현장 생중계 ‘프로젝트 킥-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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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ataonair
작성일
2015-09-24 00:00
조회
4176


단무지 시즌 Ⅲ: 단무지의 죽은 프로젝트 살리기

SI 사업 착수현장 생중계 ‘프로젝트 킥-호프’



[연재 순서]
1회: 단무지! 프로젝트를 만나다.
2회: 프로젝트 업체선정
3회: SI 사업 착수현장 생중계 ‘프로젝트 킥-호프(오프)’



들어가면서


단무지의 죽은 프로젝트 살리기가 시작되고, 2편 이후 이번 3편이 나오기까지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너무나도 오래 걸렸습니다. 이점 ‘단무지 시리즈’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직장인으로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습니다. 올 8월부로 박사과정 수료생 신분이 되었습니다. 이제 논문을 준비 중입니다. 코스워크가 끝났으니, 논문과 코스워크을 병행하던 때보다는 약간의 여유는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단무지의 죽은 프로젝트 살리기가 끝나는 기간까지 공백 없이 계속 올려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 부탁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등장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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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무지 과장: 잘나가은행의 과장으로 DBA다. DBA로서 DB 실력은 탁월하나 프로젝트 경험이 없다. 잘나가 대출 시스템 재개발 프로젝트의 발주사(은행)측 PM으로 첫 프로젝트에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며,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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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만 부장: 탄탄해시스템즈의 부장으로 이번 프로젝특의 수주사 PM이다. 탄탄해시스템즈는 업계에서 인정받는 SI(System Integration) 전문회사다. 문 부장은 프로젝트 경험은 많으며, 프로젝트의 상세 진행은 PL에게 위임하는 성격이다. 능력 있는 PL과 만났을 때는 좋은 성과를 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를 어렵게 꾸려간다. 정말 이름과 같이 무늬만 PM인 듯한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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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두깨 과장: 탄탄해시스템즈의 과장으로 잘나가 대출 시스템 재개발 프로젝트의 PL이다. 정말 홍두깨 같은 인물이다. 파트원들과 노는 것만 같으나, 프로젝트의 매 중요한 순간의 결정은 전광석화 같이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한다. 프로젝트 내내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는 파트원들 책상 옆에 앉아 노닥거리는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다. 홍 과장 파트의 파트원들은 휴일 근무뿐 아니라 시간외 근무도 하지 않는 정시 출퇴근 족이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마일스톤에 따른 매 일정에 정확한 산출물을 제공한다. 아마도 우렁각시라도 숨겨놓고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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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허세 과장: 탄탄해시스템즈의 과장으로 잘나가 대출 시스템 재개발 프로젝트의 PL이다. 이름 그대로 허세 작렬이나 중요한 순간 순간을 놓치기 일수이다. 나 과장 파트는 PL의 능력에() 힘입어 프로젝트를 암흑 속으로 몰고 간다. 나 과장 파트의 파트원들은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 휴일 근무까지 마다 안는다. 아무래도 나 과장은 파트원들을 수퍼맨 수퍼우먼들로 만들고 있는 듯 하다. 나 과장의 파트원들은 나 과장을 ‘직장의 신’이 아닌 ‘진작에 신’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어한다. 신이 이승에 있는 것이 아니듯이 신이 있는 곳으로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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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해 대리: 잘나가은행의 대출팀 대리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현업에서 파견된 직원으로 대출 업무에 오래된 경험을 갖고 있으나, 전산에 대한 개념이 약한 직원이다.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 위기를 약자에게 돌리는 얍삽한 성격의 소유자다. 약한 책임감과 갑으로서의 권위주의적 성격으로 프로젝트 구성원들을 다양한 기법으로 힘들게 한다. 아마도 대출해 대리의 조상은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넘어온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되는 인사다.



프로젝트 착수 보고회(킥오프)


은행 내부의 대회의실에 단무지가 서 있다. 기다란 테이블 우측 중앙에는 IT 본부장이 앉아 있으며, 본부장 양 옆에는 IT 기획부장, IT 운영부장, IT 개발부장, 대출 현업 부서장이 앉아 있다. 그리고 가장자리에는 각 부서의 고참 차장들이 자리했다. 그리고 맞은편은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한 탄탄해시스템즈의 부사장 및 본부장, PM(Project Manager)을 맡은 문희만 부장, 홍두깨 과장, 나허세 과장이 앉아 있다.

분위기는 어색하기 그지 없다. 앉은 자리도 마치 판문점의 남북회담장소와 같이 우측에는 잘나가은행 사람들과 좌측에는 탄탄해시스템즈로 배치되어 있다. 잘나가은행과 탄탄해시스템즈 직원들은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썰렁한 덕담 한 마디씩 하고 있다. “탄탄해시스템즈는 많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수주 실적도 대단하고, 맡은 프로젝트마다 성공을 한다고 소문이 자자 합니다. 이번 저희 프로젝트도 잘 좀 도와 주세요”라고 IT 본부장이 이야기 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그냥 도는 소리일 뿐입니다. 하하!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는 저희 회사의 ‘에이스 오브 에이스’들만 모아 놨으니 잘 될 걸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고객사 여러분들께서 많이 도와 주셔야 성공할 수 있으니, 잘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하하~”

탄탄해시스템즈 부사장의 화답이었다. IT 본부장이 “너네 잘 한다는 소문 익히 들어 알고 있고, 그 소문 때문에 엄청난 비용을 쓰는 것인 만큼 잘 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내용이었으며, 탄탄해시스템의 부사장은 우리가 괜히 비싼 줄 아냐 그만한 인재를 데려다 놨으니, 니네나 똑바로 해라. 안 그러면 프로젝트 산으로 간다. 나 그런 거 많이 봤다.”라는 응수였다.

역시 양사 임원들의 내공은 대단들했다. 이런 속마음을 저렇게 포장해서 그럴 듯하게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역시 임원 자리는 고수톱해서 딴 게 아님이 분명했다.

IT 본부장은 항상 이렇게 부드럽게 이야기 하지만, 가끔 질문을 할 때는 핵심만 짚어 내곤 했다. 그래서 IT 본부장 앞에서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며, 그 앞에 가기 전에는 많은 준비를 하고 가야만 한다. 언제 어느 때 핵심을 파고드는 송곳 같은 질문이 들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대답도 못하고, 눈만 껌~벅 껌~벅 뜨고 있거나, “확인해 보고 말씀 드리겠습니다”는 궁색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

단무지는 사회자로 간단한 인원 소개와 진행 순서를 설명하고, 이어서 탄탄해시스템즈 홍두깨 과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전체 일정 및 프로젝트 관리 방법, 그리고 대출 시스템 재개발 후의 모습 등 약 10분 간의 짧은 설명회가 있었다. 짧지만 필요한 내용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말투와 핵심만 체크해가는 설명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덕분에 3분 부장마저 끝까지 졸지 않고 모든 내용을 숙지할 수 있었다. 대출 현업부서 부장은 어떤 설명회든 가리지 않고, 시작 후 3분 이내에 숙면을 취한다 하여 ‘3분’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3분 이내에 꿈까지 꾸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였다.



홍 과장의 프리젠테제 킥-오프(프로젝트 착수 보고회) 전초전이 끝났으며, 진정한 킥-호프가 남았다. 프로젝트 첫날이기에 멤버들 서로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많다. 현업의 대출해 대리와 단무지 역시 탄탄해시스템즈의 직원들 대부분이 처음이었다.

앞으로 원활한 업무 협조를 위해서는 서로간에 친해질 필요가 있다. 즉 서로 간을 볼 수 있는(탐색전)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발명품인 주(酒)님이 꼬~옥 필요하다.

사람이 친해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지만, 그렇다고 프로젝트를 마냥 길게 끌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사실 주님보다 더 좋은 것이 두 가지 있기는 하다. 같이 목욕을 해 보는 것이 그 하나요,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술 먹고 목욕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녀가 섞여 있는 프로젝트 멤버들을 데리고 목욕탕을 갈 수도 없지 않은가

역시 사람이 단기간에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이 주님을 모시는 것이다. 주님은 참으로 놀라운 기적을 행하신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서로의 돈독한 친분 관계를 유지시키시는 기적을 보여 주시며, 또한 주님은 전날의 모든 찌질했던 기억을 거두어 가시고, 단지 서로의 친분 관계만 유시 시키신다.

어디 그 뿐이랴! 서로 얽히고 설켜 있는 업무를 풀어가다 보면 반드시 갈등이 발생하며, 갈등 역시 주님이 즉각 해결해 주신다. 주님 앞에 서면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주량이라는 기준 앞에 평등하며, 혈중 알코올 농도의 수치에 따라 사람을 동물로() 변화시키는 기적 또한 행하신다.

그 기적 안에서 우리는 하나가 된다. 언제 갈등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리신다. 주님의 이러한 기적을 학계에서 연구하기 위해 최근 대학까지 설립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아홉시반주립대학이다. 초대 학장은 사람됨이 깊고, 주량이 높은 김재동 주신께서 맡고 있다.

단무지 과장, 대출해 대리, 문희만 부장, 홍두깨 과장을 비롯한 프로젝트 멤버들은 혈중알콜농도와 멤버들간의 친목지수의 정비례 관계를 증명해 버리고 말겠다는 진지한 각오로 술잔에 임하고 있다. 모든 멤버들의 열정은 불타고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여기 저기서 외쳐대는 엄청난 함성 소리 “원~~??!”이었다. 실로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을 지켜보고 있는 단무지 과장은 “이 프로젝트는 잘 하면 쉽게 갈 수 있겠구나”라는 아무 근거 없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문희만 부장은 그저 사람 좋은 웃음을 띠고 술잔을 비우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 ‘이슬이’를 3병이나 아웃시켜 버렸다. 모두를 감탄하게 만드는 뛰어난 집중력이었다. 그리고 나허세 과장은 과거 프로젝트의 전공을 늘어놓기에 정신이 없었다. 과거 9개월짜리 프로젝트에 6개월이 지난 후 투입이 되었으나, 프로젝트는 50%도 채 진행이 안되어 있었단다. 그곳에서 제갈공명과 같은 실력을 발휘해 남은 3개월 만에 완벽히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으며, 그 성공의 주역이 바로 본인이란다. 아마도 이 친구는 학창시절에 분명 18대 1로 싸워 모든 조폭을 물리쳤던 전설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때 대출해 대리가 한마디 한다.



대출해 대리: 단 과장님, 굉장히 죄송한 소리인데요. 저는 소속부서의 업무가 굉장히 많습니다. 따라서 프로젝트에 상주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프로젝트의 중요성이 높아서 오전 또는 오후에는 반드시 프로젝트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겠습니다. 이것은 저의 팀장님과도 이야기된 내용입니다.



단무지 과장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반나절만 근무해도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될까 사실 맡은 역할만 정확하게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상주하지 않은 상황에서 역할을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리고 슬쩍 홍두깨 과장을 바라보았다.



홍두깨 과장: 하~하~ 원래 주님이 임해 계시는 이런 신성한 자리에서 공장 이야기를 피하는데요. 이왕 이야기 나왔으니 조금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현업 담당을 맡고 계시는 대출해 대리님은 상주하는 것이 유리하다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기간 상주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대신 프로젝트 초반 2개월과 후반 2개월은 상주해 주시고 중간 2개월은 반나절씩만 지원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맑은 정신에 다시 이야기 하시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요. 오늘 처음 뵙는 자리이고, 주요 이슈 중에 하나인 것 같은데 술자리에서 이야기 하다 보면 자칫 오해의 소지도 있을 것 같고요.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자리에서 공장 얘기를 하는 것은 주님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됩니다. 하하

단무지 과장: 그것 참 옳으신 말씀 입니다. 대대리! 홍 과장님과 같은 프로젝트 달인을 처음 뵙는 자리이며, 신성한 술자리에서 공장 얘기 해야겠냐 홍 과장님 제가 폭탄이나 말아서 돌릴 테니 깔끔하게 한 그릇씩 하는 것은 어떨까요 하하

대출해 대리: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이야기 하시죠.

홍두깨 과장: 아~~~ 네, 좋습니다. 그럼 한잔 말아 주시죠 근데 정말로 그릇에 말지는 않으시겠죠 하하



단무지 과장은 소주잔 두 개를 가지고 한 쪽 잔에 콜라를 1/3 채우고 그 위에 다시 소주잔을 포갰다. 그리고 위의 소주잔에 소주를 반정도 따르고 빈 맥주잔에 넣고 나서 맥주잔에 맥주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홍 과장님, 이게 ‘고진감래’주입니다. 한번 드셔보시지요”라며 맥주잔을 홍두깨 과장에게 전달했다.

“아~~ 그래요. 재미있는 제조법이네요. 한번 마셔 볼게요” 하며 단숨에 들이켰다. 거의 잔의 술이 다 비워질 즈음해서 가장 아래 있는 소주잔에 소맥 폭탄과 석이지 않은 채 남아있던 콜라가 슬그머니 홍 과장 입으로 내려간다.

“오~~~ 대단합니다. 마지막에 콜라의 달콤함으로 입가심을 하게 해 주네요. 역시 콜라가 내려올 때까지 고진감래를 해야 하네요. 제조법도, 이름도 그럴 듯 합니다.”

재미 있다는 표정으로 홍 과장이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내 홍 과장의 표정은 심각한 상황을 맞이한 사람처럼 굳어진 채로 말을 계속했다. “그러면 이번에 제가 다른 폭탄을 조립해() 드리겠습니다. 대신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자세를 바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제조 기술은 저의 집안 대대로 전수되고 있는 극비의 제조 기법입니다. 이 것을 제가 이 자리에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다른 곳에 가서 이 기술을 공개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이 중요한 것을 이 자리에서 공개하는 이유는 저를 제외한 여기 계신 5분의(탄탄해시스템즈 문희만 부장, 나허세 과장, 단무지 과장, 대출해 대리) 인연이 너무나 소중해서 오늘 공개하는 것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홍두깨 과장은 비장한 각오를 한 듯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 미리 준비해둔 캔 맥주 5개를 들고 왔다. 홍두깨 과장은 매우 집중하고 있었다. 마치 수술환자를 수술대 위에 뉘여 놓은 의사와 같은 비장한 모습이었다. 캔맥주를 매우 조심스럽게 높였다. 그리고 자동차 키를 꺼내 캔맥주 2/3 지점을 내리 쳤다. 내리 친 곳이 구멍이 뚫리며 맥주가 세어져 나오고 있었다. 홍두깨 과장과 대출해 대리는 재미 있다는 듯이 홍 과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홍 과장은 소주 한 잔정도 양의 맥주를 뚫려진 구멍을 통해 따라 내고 다시 소주 한 잔을 주입 시켰다. 그리고 홍 과장은 단무지 과장에게 이야기 했다.

“단 과장님, 이 뚫린 구멍에 입을 대고 캔맥주를 일으켜 세워 주시겠습니까”

단 과장은 홍 과장이 시키는대로 했다. 홍 과장은 의미 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폭탄 투하?!” 라고 외치며, 단 과장이 입에 대고 있는 캔맥주의 위 마개를 열었다. 순간 단 과장은 한마를 들이키고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 캔맥주 하을 몰아 쉬며 이야기 한다. “하하하 완존 재미개를 여는 순간 위에서 누르는 것같이 맥주가 나오는데, 환장하겠더군요. 입을 떼자니 맥주가 흘러 나올 것 같아 떼지도 못하고, 가만 있으니 입으로 쏟아져 내리는 맥주가 감당이 안될 정도로 나오고…. 하하하~ 이거 단숨에 캔 하나를 비워버렸습니다. 하하하”



프로젝트 수행계획서


어제의 용사들이 회의실에 둘러 앉았다. 주제는 두 가지였다. 첫째가 대출해 대리의 상주문제이며, 둘째는 프로젝트 수행계획서 작성 건이었다.



단 과장: 어제 대출해 대리가 프로젝트에 상주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했으면 좋겠습니다. 대 대리는 상주하지 않고도 필요한 요구사항을 만들겠다고 하는데요. 프로젝트 PM이신 문 부장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문희만 부장: 어~~~ 프로젝트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만들기만 하면 상관은 없겠지만, 현업 담당자가 상주하지 않는 경우가 없어서요. 음~~ 음~~

나허세 과장: 상주하지 않아도 요구사항만 제대로 제출해 주신다면 문제 없지 않겠어요 전 괜찮을 거 같습니다.



단무지는 왠지 나허세 과장의 말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요구사항만 제대로 낸다면이야 문제가 없겠으나, 사람이란 한계가 있는 것이고, 또 이곳에서 프로젝트만 집중하는 것이 성과가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두깨 과장: 속들은 다들 괜찮으신가요 하하 제가 ‘헛개수’를 좀 사왔으니 드시면서 하시죠. 저도 어제 많이 달렸던 것 같습니다. 말이 헛나와도 헛개수 드시면서 이해를 바랍니다. 먼저 전체 프로젝트 6개월 기간을 2개월씩 삼등분을 나누어 보면 이렇습니다. 처음 2개월은 ①요구사항분석 ②설계 단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3개월차부터 5개월차까지는 개발 단계입니다. 그리고 5개월차부터 6개월차까지가 테스트 단계입니다. ①요구사항 분석과 ②설계 단계에서는 대 대리님이 하실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고요. 이때는 상주해 주셔야 합니다. 상세한 기능적 요구사항(화면요구사항, 업무요구사항, 기타)과 비기능적 요구사항(성능, 보안 등)을 정의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개발 단계인 중반부에는 반나절씩만 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테스트 기간이 2개월 동안도 상주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테스트할 화면이 엄청나게 많고, 또한 개발자가 개발한 것이 처음 요구사항과 맞는지도 즉시즉시 검증해 주셔야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초반 2개월과 종반 2개월은 반드시 상주가 필요 합니다.

단무지 과장: 흠~~~ 이거 의견 충돌이네요. 대 대리, 방법이 없을까 하하 자네 팀장과 다시 한번 상의해 볼 수 있나 안 되면 내가 다시 이야기해 보고, 그래도 안되면 우리 부장님 통해서 대출 부장님과 협의해 보는 것도 방법이고. 어때

대출해 대리: 일단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맡은 일은 저 말고는 할 사람이 없어서요 일단 팀장님과 다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단무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보통 업무는 부 담당자가 있고, 이번과 같은 프로젝트에는 현업부서에서도 사람을 상주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굳이 상주하지 않겠다고 한다는 것이 좀 수상했다. 그리고 회의 직전 대출해 대리의 팀장과도 통화를 했는데 필요하면 상주 시키겠다고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 그렇다고 ‘니네 팀장과 이야기 됐다’고 면전에서 이야기하기도 애매했다. 대출해 대리가 전산 프로젝트는 처음이라 약간 두려워하는 눈치인 듯 했다.



단무지 과장: 자자...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고. 그리고 수행계획서 작성에 대한 이야기 해야죠 문 부장님 언제까지 작성해 주실 수 있나요 그리고 수행계획서에는 상세하게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 거죠

문희만 부장: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사항이 다 들어갑니다. 거시적인 차원의 범위, 일정, 프로젝트관리 방법 등이 들어 갑니다. 상세한 것은 홍 과장이 이야기해 보지.

홍두깨 과장: 네. 제가 이야기 하죠. 수행계획서는 프로젝트 수행에 기준이 되는 모든것을 넣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 1. 범위에 대해서 작성해야 합니다. 계약서보다는 상세하지만, 요구사항 정의서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작성을 할겁니다.
그리고 2. 마일스톤, 이걸 일정이라고 하지요. 이것도 WBS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프로젝트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꼭지별로 작성해야 합니다. 분석, 설계, 단위 업무별 개발 일정, 테스트 일정입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3. 산출물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 산출물은 프로젝트 결과물인 프로그램이고요, 두 번째는 각종 도큐먼트입니다. 즉 사용자가 보는 프로그램 사용설명서, IT 담당자가 보는 시스템 운영설명서, 요구사항 분석서, 설계서 등등입니다. 이 산출물 종류는 고객사 담당자이신 단 과장님과 협의가 완료된 후에 작성이 됩니다.
그리고 4. 프로젝트 인력 투입계획,
5. 프로젝트 관리 방법,
6. 프로젝트 조직도 및 이해당사자들의 R&R(Role & Responsibility)이 들어갑니다. 프로젝트 관리 방법에는 이런 것이 있습니다. 개발 방법론이 많이 있는데 저희는 프로젝트 규모가 크지 않아, 요구 분석, 설계, 개발, 테스트를 순서대로 진행하는 폭포수 방법론을 사용할 겁니다.
이런 사항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대처방법, 프로젝트 일정관리 방법, 의사결정사항 처리방법 등이 들어 갑니다. 대략 이 정도가 들어갑니다. 또한 고객사와 수행사가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합의 사항을 넣어야 합니다. 계약서보다 훨씬 상세하게 작성해서 앞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근거 자료가 됩니다. 만약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이슈가 생길 경우 이 문서가 기준이 될 겁니다. 따라서 프로젝트 진행에 이슈가 될만한 예상 가능한 모든 것을 이 문서 안에 넣어야 합니다.

나허세 과장: 뭐 프로젝트 한 두 번 해본 것도 아닌데, 뻔한 이야기 등은 빼고 그냥 쉽게 갑시다. 이거 작성하려면 한 주는 꼬박 작업해야 할 텐데, 적당히 하고 가는게 어때요. 단 과장님이 승인만 있으면 쉽게 갈 수 있는데요.

홍두깨 과장: 허허~~ 이 사람… 지난번에 그렇게 당하고 나서도 또 이러나. 이건 명확히 작성해야지. 이건 고객사도, 수행사인 우리에게도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일이야. 조금 힘들다고 건너뛰면 나중에 이 문제로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될 수 있어. 그러니 꼭 제대로 작성하자고.

나허세 과장: ... 쩝

단무지: 네. 그럼 문부장님께서 협의해 잘 마무리 지어 주시고요. 저도 홍 과장님 생각과 같습니다. 언제까지 작성 가능하신가요

문희만 부장: (말없이 홍두깨 과장을 쳐다 본다)

홍두깨 과장: 네, 오늘이 화요일이니 금요일 오전에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개발자들은 개인 PC 설정들 하시고, 단 과장님께서는 개발자들이 PC에 개발환경 구축하는 것들 도와 주시고요.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수요일 또는 목요일부터는 나 과장부터 대출해 대리님하고 요구사항 분석 시작하면 될 듯합니다. 저는 금요일까지 프로젝트 수행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단무지: 네. 알겠습니다. 항상 홍 과장님께서는 명확하시군요. 하하하. 술자리나 일이나. 헛개수도 그렇고요. 아~~참. 숙취로 인한 헛소리는 안 하시던데요. 하하

홍두깨 과장: 하하 그랬나요 아직 판단하기 이릅니다. 일단 술이 완전히 깨기 전인 오전까지는 지켜 보셔야 합니다. 하하하

단무지: 아~~~ 중요한 것을 하나 놓칠 뻔했네요. 프로젝트 수행계획서에 DB 반정규화에 대해서도 명시해 주시죠. DB 설계는 제가 할 텐데요. 설계 후 개발 단계에서 개발자들이 꼭 반정규화 요청이 많이 있습니다. 반정규화는 데이터 중복으로 향후 운영단계에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합니다. 그렇다고 성능 문제. 반정규화의 기준은 성능상의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에만 진행할 겁니다. 프로그램 개발의 편리성을발자들이 프로그램 개발의 편리성을 위해 반정규화를 요청하는데요. 그때는 절대 반정규화를 진행하컬럼의 데이터 변경 시 중복 데이터에 대한 적용 대책도 같이 있어야 합니다. 개발자들에게도 반드시 프로젝트 초기에 말씀 전달해 주시고요. 그래야 나중에 갈등이 덜 할겁니다. 하하



홍두깨 과장은 깜짝 놀랐다. 반정규화는 대부분의 데이터 모델러들과 개발자들이 갈등을 유발하는 부분이다. 개발자들은 개발의 편리성을 위해 항상 요구하고, 모델러들은 데이터 품질 문제로 절대 허용하지 않는 뜨거운 감자다. 이러한 내용을 저토록 명확하게 프로젝트 사전에 먼저 선을 긋고 간다는 것은 보통 내공이 아니라 생각했다. 쉽게 봐서는 안될 사람이라 느꼈다. 그러나 절대 나쁘지 않은 사실이다. 고객사 모델러의 내공이 깊다는 것은 그만큼 프로젝트가 정확하게 갈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하고 속으로 되뇌었다.



나허세 과장: 헉... 단 과장님, 정규화를 너무 정확하게 진행하면 프로그램 개발 공수가 더 많이 듭니다. 개발자들이 힘들어질 수 있는데, 재고해 주실 수 있나요

홍두깨 과장: (정말 나 과장은 아군인지 적군이지 구분이 안 되는 인사구먼. 연구대상이네...)

단무지: 하하. 나 과장님 너무 심하게 적용하지는 않을 겁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정규화는 프로그램 개발이 약간 불편할 뿐이지, 데이터 품질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성능 또한 오히려 좋아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심하게 적용하지 않기는 내가 정규화 하나만큼은 절대 양보 못합니다. 하하).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출처 :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제공 : 데이터 전문가 지식포털 DBgu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