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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무지의 죽은 프로젝트 살리기 6회 : 테스트 단계: 산으로 가버린 프로젝트를 살린 ‘내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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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ataonair
작성일
2016-03-22 00:00
조회
4788


단무지 시즌 Ⅲ: 단무지의 죽은 프로젝트 살리기(6회)

테스트 단계: 산으로 가버린 프로젝트를 살린 ‘내공의 힘



들어가면서 프로젝트 설계단계까지 무난히 마쳤다는 자부심으로 단무지는 마치 처음 해 보는 프로젝트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의기 양양합니다. 게다가 새로 시작한 사랑에 빠진 단무지는 마치 세상을 다 갖은 것처럼 행복해 합니다. 과연 단무지가 프로젝트를 잘 진행하고 있는 걸까요 뭐 하나 놓친 게 없었을까요 여러분들과 같이 보시죠. 그리고 다시 나타난 첫사랑과 새로 시작한 사랑 사이에서 단무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등장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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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무지 과장
잘나가은행의 과장으로 DBA다. DBA로서 DB 실력은 탁월하나 프로젝트 경험이 없다. 잘나가 대출시스템 재개발 프로젝트의 발주사 측(은행) PM(Project Manager)으로, 첫 프로젝트에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고 노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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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만 부장
탄탄해시스템즈의 부장으로 이번 프로젝특의 수주사 PM이다. 탄탄해시스템즈는 SI(System Integration) 전문사로서 업계에서 인정받는 회사다. 문 부장은 프로젝트 경험은 많으며, 프로젝트의 상세 진행은 PL에게 위임하는 성격이다. 능력 있는 PL과 만났을 때는 좋은 성과를 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프로젝트를 어렵게 꾸려간다. 정말 이름과 같이 무늬만 PM인 듯한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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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두깨 과장
탄탄해시스템즈의 과장으로 잘나가은행 대출 시스템 재개발 프로젝트의 PL(Project Leader)이다. 정말 홍두깨 같은 인물이다. 파트원들과 노는 것만 같으나, 프로젝트의 매 중요한 순간의 결정은 전광석화 같이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한다. 프로젝트 내내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는 파트원들 책상 옆에 앉아 노닥거리는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다. 홍 과장 파트의 파트원들은 휴일 근무뿐 아니라, 시간외 근무도 하지 않는 정시 출퇴근 족이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마일스톤에 따른 매 일정에 정확한 산출물을 제공한다. 아마도 우렁각시라도 숨겨놓고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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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허세 과장
탄탄해시스템즈의 과장으로, 잘나가은행 대출 시스템 재개발 프로젝트의 PL이다. 이름 그대로 허세 작렬이나 중요한 순간 순간을 놓치기 일수이다. 나 과장 파트는 PL의 능력에() 힘입어 프로젝트를 암흑 속으로 몰고 간다. 나 과장 파트의 파트원들은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 휴일 근무까지 마다 안는다. 아무래도 나 과장은 파트원들을 수퍼맨 수퍼우먼들로 만들고 있는 듯 하다. 나 과장의 파트원들은 나 과장을 ‘직장의 신’이 아닌 ‘진작에 신’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어한다. 요컨대 신이 이승에 있는 것이 아니듯이, 신이 있는 곳으로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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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해 대리
잘나가은행의 대출팀 대리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현업에서 파견된 직원으로 대출업무에 오랜 경험을 갖고 있으나, 전산에 대한 개념이 약한 직원이다.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 위기를 약자에게 돌리는 얍삽한 성격의 소유자다. 낮은 책임감과 갑으로서의 권위주의적 성격으로 프로젝트 구성원들을 다양한 ‘기법’으로 힘들게 한다. 아마도 대출해 대리의 조상은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 넘어온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되는 인사다.



선택의 고민

단무지는 금요일 퇴근 길에 있다. 한 주를 잘 마무리하고 다른 금요일과 마찬가지로 일직 회사를 나왔다. 특별히 약속은 없었다. 단무지에게는 약속 대신 심각한 고민이 하나 있었다. 갑자기 둘이 되어버린 연인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었다. 최근 단무지는 오랜 독거() 솔로 신분에서 벗어나, 급속도로 진전을 보이고 있던 한지아와 함께 달콤한 두 번째 사랑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때 마침 과거 유럽으로 떠났던 첫사랑 정지연이 돌아왔던 것이다. 한지아를 만나면 왼쪽에 있는 가슴이 요동을 치고, 정지연을 만나면 마치 오른쪽에 있는 심장이 아성을 지르는 것 같았다. 단무지의 심장이 무슨 RAC(Real Application Cluster, Oracle의 2중화 DB) DB도 아니고 왼쪽과 오른쪽에서 번갈아 뛰어 대니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속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행복한 고민이라 놀리겠지만, 우직한 단무지에게 양다리란 있을 수 없었다. 최대한 빠른 결단만이 상대에게 죄를 덜 짓게 되는 거라 생각했다.

퇴근 길 집 주변의 바(Bar)가 눈에 들어왔다. 한때 정지연을 멀리 보내고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을 때, 마치 이 바에서 하숙()을 할 정도로 자주 찾던 집이다. 손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용해서 혼자 이런 저런 생각하며, 술 한잔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였다. 들어가서 자주 앉았던 한쪽 구석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 자리에 앉으니, 3년 전 말동무 해 준 젊은 남자 바텐더와 눈이 마주쳤다.



바텐더: 우~~~와 단과장님. 어쩐 일이 십니까 얼굴 잊을 뻔 했습니다.단무지: 하하 그런가 잘 지내지바텐더: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오래 만에 오셨습니다. 또 실연이라도...단무지: 실연은 무슨… 대신 ‘쌍년(雙戀)’ 때문에 왔어.바텐더: (씽긋 웃으며, 마치 놀란 듯이) 네, 누구세여 저한테 왜 이러시는데여단무지: 하여간 고민할 것이 있어서. 발X타인 15년산 한 병만 줘.바텐더: 17년산요단무지: 내가 3년 전 먹고 남겨놓은 12년산 있잖아. 3년 지났으니 15년 산이지. 하하~바텐더: 아~~~하. 그거요. 14년산까지는 만들어 놨었는데… 하하. 12년산 드리면 되죠단무지: 기왕 마시는 거 홀수로 가 보자고. 17년산 맥주 1병.
그리고 용설란으로 발효시킨 데끼이놈 스트레이트로 한잔만 줘.바텐더: 하하하. 네네.

단무지는 선택의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선택을 못하고 모두 놓쳐버릴 지경이었다. 인생이 두 번이라면, 각각 한 명씩 같이 했으면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찌하랴 단순! 무식! XX! 단무지에게 신은 너무 가혹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단무지는 아래와 같은 기준을 정했다.

첫째. 만나고 있는 중에 다른 사람이 생각나지 않게 하는 사람을 선택할 것
둘째. 어떠한 선택을 하든 돌아보지 말 것
셋째. 실연을 안긴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할 것과 절대 재회의 여지를 두지 말 것

어째거나 결정을 위한 기준(첫째)과 행동강령(둘째, 셋째)까지 수립을 했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다. 머리 속이 정리 됨과 동시에 데끼이놈의 순도 높은 알코올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포커 판에서 에이스는 에이스를 부른다는 속설이 있듯이 데끼이놈은 또 다른 데끼이놈을 부르고 있었다. 어이 바텐데… 같은 걸로 한잔만 더 주셔….



대출해를 향한 단무지의 반격(통합 테스트 준비)

6개월 계획의 프로젝트 중 4개월이 지났다. 이제 2주 후면 개발단계를 마무리 하고 통합 테스트 단계로 넘어갈 예정이다. 단무지는 테스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통합 테스트를 위해 단무지 과장(발주사 PM), 대출해 대리(발주사 현업담당자), 문희만 부장(수행사 PM), 홍두깨 과장, 나허세 과장 5명이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단무지: 문 부장님. 이제 조만간 통합 테스트로 넘어가야 하는데요. 무엇을 준비해 드려야 할까요문희만: (지그시 홍두깨 과장을 응시한다.)홍두깨: 네, 제가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단 대출해 대리님께서는 그 동안 해 오신 테스트를
마무리 지어 주시고요. 그리고 고객사에서는 통합 테스트를 수행해 주실 현업 담당자 목록
지정 및 통보를 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테스트 시나리오도 작성 부탁 드리겠습니다.
테스트 시나리오가 작성되면 그에 맞춰 저희 수행사에서 테스트를 위한 테스트 데이터를
만들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테스트 대상 화면 목록과 테스트 수행 시
발생하는 결함에 대해 작성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결함관리 대장’ 양식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단무지: 통상적으로 테스트 담당자 지정과 테스트 시나리오는 IT와 현업 어디서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까홍두깨: 뭐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현업에서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단무지: 네. 제 생각과 같네요. 그럼 대 대리에게 부탁을 좀 하지. 대 대리 어때대출해: 네 어… 어… 일단 그럼 제가 해야 할 것이….
개발된 전체 화면을 테스트 하고요. 테스트 담당 현업 섭외하고, 테스트 시나리오까지 제가 다 작성해야 하나요단무지: 어, 맞아.대출해: 홍 과장님. 제가 테스트까지 해야 하나요 어차피 기존 시스템과 동일하게 만들어
달라고 했잖아요. 그럼 수행사에서 단위 테스트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바로 현업 담당자들이 테스트 하면 될 것 같은데요.홍두깨: (이 인간! 끝까지 발뺌을 하는 구만) 개발자가 하는 단위 테스트는 거의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제는 대 대리님이 요구하신 요구사항 대로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는지 테스트가 필요 합니다.대출해: 좀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제 요구사항은 기존 시스템과 동일하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굳이 제가 테스트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단무지: 그럼 대출해 대리는 테스트하지 않겠다고 하니, 테스트에서 빠지도록 하셔.
대신 대 대리의 팀장께 테스트를 요청할 거야.그리고 단무지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대 대리의 팀장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대출해: 아… 알겠습니다. 단 과장님. 제가 전체적으로 테스트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테스트 시나리오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죠단무지: 그걸 왜 나한테 묻나 본인이 이 프로젝트의 담당자이고, 본인이 할 일인 것을!
하기 싫으면 그 동안 해 왔던 것처럼 발뺌하라고. 당장 당신 팀장에게 요청할 거니까 뭐 공문이라도 써 줄까대출해: 아니요. 여지 것 제가 프로젝트에서 해 온 것이 별로 없었는데, 이것 저것 요구하시니….단무지: 프로젝트 수행계획서 보여 줘 수행계획서에 다 나와 있는 항목이고,
모두 합의 했던 사항이야. 이제 와서 딴소리 하지 말라고.대출해: 아~~ 알겠습니다. 홍 과장님 회의 끝나고 저 좀 따로 뵙죠.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홍두깨: 알겠습니다.

단무지는 대 대리의 그간 행태를 보면 홍두깨에게 테스트 시나리오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 뻔해 보였으나, 그냥 모른 척 하기로 했다. 그리고 홍두깨, 나허세 과장, 대출해 대리 세 명이 회의실에 남아 있었다.



밀리지 안는 홍두깨(홍두깨와 대출해)

대출해: 홍 과장님, 테스트 시나리오를 어찌 작성해야 할까요홍두깨: 일단 저희가 테스트 전체 화면 목록을 작성해 드릴 겁니다.
그리면 전체 화면을 업무 단위별로 나누고 순서대로 정렬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드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대출 최초 입력, 심사, 결재, 대출 실행…
업무별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게 될 겁니다. 그 순서대로 화면 목록을 만드시고요.
각 화면별 테스트할 항목을 지정하시면 됩니다.
거기에 맞춰 제가 다양한 테스트 데이터는 준비해 드리겠습니다.대출해: 이거 어차피 홍 과장님과 나 과장님께서 다 아시는 내용이잖아요.
그러니 두 분께 작성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는 제가 할 일이 많아서요.홍두깨: 그건 곤란합니다. 테스트 시나리오는 반드시 수행사에서 해 주셔야 합니다.대출해: 이거 왜 이러시나, 정말 프로젝트 한두 번 해 보세요.
제가 검수 사인 잘 해드리면 되잖습니까 정 이런 식으로 하시면 검수 사인 못해드립니다.홍두깨: 그럼 이 사항은 제가 저희 PM이신 문 부장님께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지시에 따르겠습니다.대출해: 맘대로 하세요. 전 두 분이 작성해 주시는 걸로 알고, 그간 개발한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홍두깨: (아이고 머리야~~~)

홍두깨는 회의를 마치고 문 부장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한 후, 같은 내용을 단무지 과장에게도 전달하였다. 단무지 과장은 그 이야기를 듣고 홍두깨 과장을 바로 안심 시켰다. 테스트 시나리오는 반드시 대출해 대리가 작성하게 하도록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확답을 주었다.

대출해는 홍두깨 과장 파트에서 개발한 화면부터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대출해: 홍 과장님. 최초 대출 입력화면이 기존 화면과 좀 다른데요. 이 부분 어떻게 된 거죠홍두깨: 전에 이 부분은 제가 기존과 같이하면 문제가 발생할 거라 말씀 드렸으며,
그에 따라 지금과 같이 수행해 달라고 해서 이렇게 된 겁니다. 기억나지 안으세요대출해: 아, 맞네요. 그럼 이 화면요. 이건 제가 사용하는 화면이라 잘 아는데요.
기존이 많이 불편했어요. 그런데 개선된 것이 없네요.홍두깨: 별도로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없었습니다.대출해: 그걸 이야기를 해야 하나요 이건 다시 요건을 드릴 테니 수정해 주세요.홍두깨: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만약 변경하고 싶으시면, 변경 요청서를 드릴 테니 작성해서
발주사 PM이신 단무지 과장님 승인 받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변경 건이 지금 시점에 많이
발생하면 프로젝트 지연 사유가 됩니다. 특히 발주사 측의 사유로 인해
프로젝트 지연이 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대출해: 어~~ 어~~ 그게. 그럼 이번은 그냥 넘어가죠.
프로젝트 종료 후 운영 중에 수정요청을 해야겠네요.홍두깨: 그래도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요청하세요. 수정해 드리겠습니다.
대신 수정사항이 너무 많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대출해: 그래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번 건만 좀 수정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전체 화면을 이번 주 내로 보고 한꺼번에 말씀 드리겠습니다.홍두깨: (짜~~~식 진작에 요청을 했으면, 너도 지금처럼 비굴할 필요도 없고,
우리도 한번만 일하고 모두 좋았을 텐데, 꼭 프로젝트 기간 다 보내고 이런단 말야)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고객사는 업체 선정 시에만 갑이며, 프로젝트 시작됨과 동시에 갑과 을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지금이 꼭 그 모양새다. 그 기세 등등하던 대출해 대리가 홍두깨에게 꼬랑지를 내리고 전혀 맥을 못 추고 있다.

일주일 후 대출해는 홍두깨에게 약간의 프로그램 수정 분량을 요구하였으며, 홍두깨가 수용을 하였다. 많은 수정을 요청할 수 없었던 것이, 홍두깨는 업무 그룹별로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집요할 정도로 대출해에게 확인 요청을 받았다. 그러니 대출해로서도 본인이 확인한 것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수도 없었었으며, 또한 크게 잘못된 부분도 많지 않았다.



드디어 열린 판도라의 상자

단무지는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맨날 놀기만 한 홍두깨 과장의 파트에서는 대출해 대리가 꼼짝 못하고 “OK” 사인을 냈다. 그럼 이제 그 동안 열심히 했던 나허세 과장은 더더욱 문제 없이 넘어갈 것이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실제 지점 담당자들을 선별하여 수행하는 테스트만 남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지점 담당자들 테스트는 대출해 대리가 전체 승인한 화면이기에, 주관 부서 담당자인 대출해 대리가 알아서 상대할 일이었다. 프로젝트는 주관부서 담당자인 대출해의 승인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제 열심히 해온 나허세 과장 파트의 프로그램 점검만 남았으며 쉽게 넘어갈 것이라 생각하니 이제 프로젝트는 거의 성공한 거나 다름 없다고 단무지는 생각했다. “프로젝트! 별거 없네”



나허세: 대 대리님 프로그램 테스트 바랍니다. 기존과 화면을 동일하게 맞추었습니다. 별 이상 없을 겁니다.나허세는 보무도 당당하였다. 마치 전쟁에서 커다란 승리를 하고 돌아오는 개선장군과도 같았다.
조망간 훈장이라도 받을 태세였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단무지는 든든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왠지 홍두깨와 문희만 부장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대출해: 어~~~ 나 과장님. 이거 화면은 동일한데요.
이거 이자 계산이 어떻게 된 거죠 이자 금액이 안 맞아요.
이자 변경 구간에 따라 전 구간과 이후 구간의 이자율 반영이 잘못 된 것 같은데요.
이거 이자 변경 구간의 업무 요건이 어떻게 된 건가요나허세: 어 그럴리가요 이건 확인해 보겠습니다. A대리 이것 좀 확인해 봐바. 자네가 개발한 부분이잖아.A대리: 네, 알겠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대출해: 어~~~ 그리고요. 연체되었을 경우 연체이자도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체이자 계산 로직이 어떻게 되죠 설명 좀 해 주시겠어요나허세: 어, 그 부분도 제가 프로그래밍한 것이 아니어서. B대리. 잠시만 와 볼래. 이 부분 자네가 개발했잖아.B대리: 네,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K대리(프리랜서 개발자) 프로그램을 호출만 했어요.나허세: K대리는 이번 달 초에 그만 두고 철수 했잖아. B대리: 헉~~~ 나 과장님, 연체이자 계산 프로그램이 프로그램 명칭만 존재하고 내부 로직은 하나도 없는데요

순식간에 단무지, 문희만, 홍두깨가 테스트 중인 대출해 대리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대출해는 계속 테스트를 해 가며 얼굴이 사색이 되어 가고 있었다. 대출해만 사색이 된 것이 아니었다. 대출해 뒤에 서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이 걱정으로 도배되어 버렸다. 그러다 사람 좋기로 유명한 문부장이 폭발했다.



문희만: 나 과장? 너 그간 뭐 한 거야나허세: 어~~~ 그게~~~ 제가 개발한 부분은 괜찮은데요… 다른 직원들 프로그램을 확인 못해서요….문희만: 야~~~ 니가 일반 개발자야 넌 PL이야, PL! 너희 파트를 책임지는 파트 리더!
니가 프로그램 개발을 하든 안 하든 그건 나중 문제고, 그것보다 니 파트원들을 관리 했어야지나허세: …

대출해의 테스트는 삼일 간 이루어 졌으며, 문제점을 나름 정리해서 한 장의 보고서로 만들었다. 보고서의 내용으로는 나허세 파트의 대부분 로직이 잘못되어 있었다. 청구-결제 부분을 거의 새로 만들어야 할 판이었다. 그간 대출해에게 한 번도 확인을 받지 않고 잘못된 길로 꾸준하게, 그리고 열심히 개발해 오고 있던 거였다.

프로젝트 주요 멤버들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단무지: 대출해 대리 상황은 어때대출해: 이 상황으론 통합 테스트 못 들어 갑니다. 들어가 봤자 의미 없어요. 청구-결제의 금액이 전체적으로 맞지 않습니다.단무지: 문 부장님! 상황 파악은 전체 다 하셨나요 청구-결제 부분 정확하게 맞추려면 얼마나 걸릴까요문희만: 네. 지금 파악 중에 있습니다.단무지: 홍 과장님 파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홍 과장님 생각은 어떠세요.홍두깨: 제가 확인해 본 바로는 베테랑 개발자 3명을 투입하면 1개월 이내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전체 일정이 약 1개월 정도 지연될 겁니다.문희만: 그럼 베테랑 3MM(Man Month, 즉 3명이 1개월). 거기다 전체 인력들 1개월이 추가되면
프로젝트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할 텐데… 어쩌나….단무지: 프로젝트 지연은 문제가 많습니다. 프로젝트 지연에 따른 추가비용도 비용이지만,
수행사의 잘못된 부분만큼 지체상금(납기가 지체된 부분만큼 손실비용)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그것뿐입니까 프로젝트 지연으로 발생하는 인건비로 인한 손실은 어찌 감당 하실 건가요 문제는 수행사뿐 아닙니다.
이건 프로젝트 완료 일을 맞추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발주사 PM인 저도 져야 할 거구요,
문 부장님도 프로젝트 손실로 문 부장님 회사에서 문 부장님에게 책임을 묻게 될 겁니다.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프로젝트 지연만은 막아야 합니다.문희만: …단무지: 어떻게든 납기를 맞출 방법을 찾아보세요. 저도 저 나름대로 찾아 보겠습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다!

단무지는 냉정해 차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 했다. 그리고 어찌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냉정해: 조금 늦게 찾아왔네. 조금 더 일찍 올 줄 알았는데.단무지: 네, 차장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공적으로 끝맺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역시 프로젝트라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냉정해: (별일 아니라는 듯 웃어가며) 그게 쉬우면 누구나 프로젝트 PM을 하겠지. 하하 그나저나 이거 큰일인데.
어쩔 셈인가 6개월 프로젝트에서 1개월 지연이면 적은 기간이 아닌데.
또한 1개월 후 정상적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어 보이는 것 같은데 만약 이러면 자네 경력에도 누가 될 것이고.단무지: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제게 냉 차장님 밖에 누가 더 있습니까 어떻게 저 좀 살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냉정해: 공짜로단무지: 방법이 있습니까냉정해: 글쎄… 단 과장 하는 것 봐서…단무지: 뭐든 다 하겠습니다. 방법만 있으면요.냉정해: 일단 내일 대출해 대리와 대출 팀장을 불러 회의를 소집해. 그리고 고민해 보자고.
참, 그간 프로젝트 산출물을 나에게 보내줘. 그거 먼저 검토해 보자고. 단무지: (이쿵. 산출물 가지고 무슨 트집을 잡으려나 하지만 어쩌겠나. 보내 드려야지)

내공으로 가득 찬 냉정해

회의실에 IT 부서의 냉정해, 단무지, 현업 부서의 대출 팀장, 대출해 모두 4명이 모여 앉아 있다.



냉정해: 일단 프로젝트 진행 단계부터 점검하자고 수행계획서 수립은 정상적으로 작성이 되었나단무지: 네, 프로젝트 진행 전반적인 것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잘 완료하였습니다.냉정해: 어, 맞아. 나도 그거 보고 왔는데, 잘 작성되었더군.
그럼 이제 대출해 대리에게 물어봐야겠군. 대 대리 요구사항 정의서는 완벽히
작성 해서 제출했나 내가 찾아 봤는데 산출물에서 찾을 수가 없더군. 어떻게 된 건가대출해: 네 그걸 제가 작성해야 하는 건가요

냉정해의 얼굴이 무서울 만큼 차가워 진다. 이름 그대로 얼음과 같은 냉정함을 유지하며 말을 이어간다.



냉정해: 단 과장. 그럼 요구사항 정의서 작성 요청 안 했나 단무지: 요구사항 정의서 없이 바로 요구분석서 단계로 넘어 갔습니다.
요구분석서를 수행사 두의서 없이 무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 단무지: 어~~~ 그게요. 아무리 요구를 해도 대출해 대리가 요구사항정의서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프로젝트 기일은 계속 지나가고, 따라서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을 생략 했습니다.
대신 요구 분석서를 작성하고, 대출해 대리가 승인을 하면 될 거라 판단했습니다.냉정해: 참, 어이가 없구먼. 현업의 생각을 IT가 알아서 예측을 했다는 거구먼. 기가 막힐 노릇이네.
자네 지금 점집 차렸나 그건 그렇고 그럼 대출해 대리 요구분석서는 완벽하게 검토한 건가대출해: 요구분서서요 그거 못 받은 것 같은데요.단무지: 그거 대 대리 자네 책상 위에 있는 것 오늘도 내가 보고 오는 길이야.
그리고 이메일로 보내줬고, 보낸 기록도 나한테 있어.냉정해: 단 과장! 프로젝트를 산으로 날려 보내버렸구먼. 대출 팀장님?대출 팀장: 네, 냉 팀장님.냉정해: 프로젝트에서 현업이 해야 할 일을 대출해 대리가 전혀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명백히 발주사인 우리회사 책임입니다. 물론 전체 PM을 맡고 있는 단무지 과장도
책임을 면할 길은 없지만, 1차적인 책임은 대출해 대리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 생각하십니까대출 팀장: (한숨을 푹 내쉬며) 네~~~ 상황이 그런 것 같네요. 대출해 대리의 책임은 프로젝트 완료 후 별도로 묻겠습니다만,
지금 상황은 어떻게 프로젝트를 정상적으로 완료 시킬지를 걱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냉차장님은 경험이 풍부하시니 조언을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냉정해: 방법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추가 개발자를 전문가 3명이 아닌 10명을 투입하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되면 프로젝트 지연은 없을 겁니다. 대신 추가 비용이 들겠지요.
이 부분은 우리회사 책임이니 우리회사에서 지불해야 합니다. 예산 확보를 위해
대출 팀장님 쪽에서 품의서를 작성 후 임원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대출 팀장: 아~~~ 그 방법은 쉽지 않겠는데요. 만약 그렇다면 회사에 손실을 입힌 단무지 과장과 대출해 대리가
감사를 받은 후 징계를 받게 될 겁니다. 그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냉정해: 그렇다면 개발 범위를 줄여야 합니다. 여러 조회 화면 또는 편리성을 위해
만들어 놓은 화면 및 기능은 대폭 축소시키세요. 그러면 그 화면을 위해 투입시키려던
개발자들을 문제가 되는 청구-결제 프로그램 수정에 투입 시키겠습니다.대출 팀장: 아~~~ 네. 최선이 안 된다면 차선책을 수용해야죠. 알겠습니다.
대신 프로젝트 완료 후 부족한 부분은 운영상황에서 개발을 요청 드려도 되겠습니까
대신 제가 단 과장과 냉 차장님께 거하게 한번 쏘겠습니다.냉정해: 쩝~~~ 어쩌겠습니까 일단 프로젝트부터 정상 모드로 돌려야죠.
이거 참. 프로젝트 완료 후 우리 직원들 야근만 더 하게 생겼네요.대출 팀장: 네, 냉차장님. 고맙습니다. 이 신세 잊지 않겠습니다. 하하. 대출해 너 임마.
넌 지금 따로 나하고 면담 좀 하자. 무슨 생각으로 회사를 다니는 거야
회사가 그리 만만해 보이던 아니면 내가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던 왜 일을 이렇게 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거야대출해: 죄~~~송 합니다.대출 팀장: 시끄럽고. 넌 나 좀 따라와. 냉 차장님.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단 과장도 고마워. 아니 대출해 때문에 단 과장이 고생 많았겠구먼. 미안하고, 내가 술한잔 살 게. 그럼 다음에 보자고.회의실엔 냉 차장과 단 과장 둘이 만 남았다냉정해: 어때, 이 정도면 이제 자네가 처리하면 되겠지단무지: 넵, 차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하겠습니까냉정해: 꼴~~~ 좋다. 하하. IT 개발의 시작은 첫째도 현업 업무요건이고, 둘째도 마찬가지야.
그만큼 현업의 요구사항이 중요해. 그걸 안 만들어 준다고 넘어가면 어찌하나
안되면 대출 팀장과 맞짱 뜨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 냈어야지.단무지: 네, 죄송합니다.냉정해: 됐어. 이걸로 자네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면 그게 다 재산이지… 수고해단무지: 네, 감사합니다.

프로젝트는 1)업무범위, 2)투입인력, 3)프로젝트 기간이 삼각 관계로 미묘하게 얽혀 있다. 업무 범위를 축소하면 투입인력 또는 프로젝트 기간이 줄어든다. 투입인력과 프로젝트 기간은 시소관계이다. 인력이 늘어나면 기간이 줄어들고, 반대로 인력을 줄이면 기간이 늘어나게 되어 있다. 냉정해 차장은 이 상황을 명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인력을 늘릴 수도, 프로젝트 기간을 늘릴 수도 없었다. 삼각관계에서 2가지를 제약되니, 당연히 범위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프로젝트 범위에 대한 결정은 현업이 결정권을 쥐고 있으며, 현업의 특성상 절대 범위 축소에 대한 양보는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현업인 대출해 대리의 실수에 기인한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범위 축소에 동의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단무지는 PL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홍두깨가 개발자들과 노닥거리고 노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동안 홍두깨는 1)개발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철저히, 2)현업 요구사항을 파악 후, 3)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개발자들에게 지시하였다. 또한 4)개발자들의 프로그램을 철저히 테스트를 통해 완벽하게 검증하고 있었다. 또한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요하리만큼 현업 담당자인 대출해를 묶어 두었던 것이다. 프로젝트의 꽃은 PL이라는 말을 단무지는 홍두깨를 통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반면 나허세는 어떠했는가 파트 전체 컨트롤을 포기했던 것이다. 개발자들은 방치하고, 본인은 또 하나의 개발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굉장히 바쁘게 개발에 매진했지만 본인 분야 이외의 다른 부분이 잘못된 것을 관리할 수 없었다. 부대를 이끌어야 할 장군이 본인이 위치한 본부 부대만 신경을 썼던 경우와 같았다. 당연히 나허세 파트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한차례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한 주였다. 이번 토요일은 한지아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한지아를 만날 생각 하니, 단무지는 행복감과 갈등이 동시에 와 닿았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다음 편에 단무지는 통합테스트와 데이터 마이그레이션(Data Migration)을 진행합니다.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경험이 한 번도 없는 단무지가 과연 어떻게 대처를 해 나갈까요 단무지는 DB 설계 시 AS-IS 시스템의 잘못된 데이터 모델을 다양하게 변경하였습니다. 과연 단무지는 데이터 모델 변경 시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이 어렵다는 것을 예상하고 변경했을까요 아니면 또 한번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으로 홍역을 치르게 될까요 또한 단무지는 한지아와 정지연 사이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요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



출처 :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제공 : 데이터 전문가 지식포털 DBgu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