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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주도적 비즈니스 가능하다” - 이승용 초록마을 E사업팀 팀장

DATA 인터뷰
작성자
dataonair
작성일
2018-06-12 00:00
조회
2586


가공식품 정보 서비스 ‘잇사이트’ 구축의 주역을 만나다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주도적 비즈니스 가능하다”

- 데이터 마케터는 ‘데이터 가치를 읽을 수 있는 사람’
- 고객과 소통이 많이 필요한 업무
- ‘쓸 만한 데이터는 사람 손길이 닿아야 한다’
음식과 맛은 책과 방송,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디어에서 주목하는 주제다. 그럼에도 정작 해당 식품의 성분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다. 이 부분을 눈여겨본 사람들이 있었다. ㈜초록마을 E사업팀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대상그룹 산하의 ㈜초록마을은 전국 47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1500종 이상의 친환경 유기농 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식품정보 포털 서비스 잇사이트(eatsight.com)는 식품정보 서비스와 더불어 해당 서비스의 근간인 식품성분 데이터를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누구나 아는 대형 포털 서비스 업체에서 공공기관,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24곳 이상의 고객이 잇사이트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기획한 이승용 초록마을 E사업팀 팀장을 만나, 데이터 구축 및 데이터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스스로를 데이터 마케터로 표현하는 이 팀장이 소개하는 데이터 마케터의 일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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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용 초록마을 E사업팀 팀장


잇사이트를 소개하면.

2012년 대상정보기술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2017년 7월 초록마을로 이관되었다. 식생활 분야의 위키피디아를 목표로 라이프스타일 업체와 푸드테크 스타트업 등에게 가공식품의 성분, 첨가물 등의 원천 데이터를 공급하고 있다. 2018년 5월 초 기준으로 4만 2000개의 제품 데이터, 5만 개의 원재료 데이터, 5000개의 식품기업 정보를 담고 있다. 데이터는 Open API로 제공하는데, API 활용 콜 수는 월 300만 건 정도다. 일부 고객에는 파일로도 공급한다. 대중 포털 서비스 등 대용량 트래픽이 예상되거나 공공기관에서 정책 수립에 필요하다고 봤을 때에는 파일로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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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사이트 웹페이지(eatsight.com)


식품 데이터 공급에서 발생하는 매출액 규모는.

현재 기준으로는 회사에서 인정하는 만큼의 수익률은 아니다.


잇사이트 서비스를 내놓게 된 배경은.

IT 서비스 기획자로 2008년부터 대상정보기술에서 일했다. 엔터프라이즈 기업 대상의 IT 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2012년부터 식품 관련 IT 서비스 기획을 하게 됐다. 식생활과 관련한 인터넷 서비스를 놓고 팀원들과 스터디를 했다. 레시피, 배달, 맛집 등 음식과 관련한 웬만한 서비스는 대형 포털 서비스를 비롯해 여러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미 내놓은 상태였다.

이때 사람이 먹고 사는 걸 죽 나열해 보았다. ‘가공식품’에 눈길이 갔다. 가공식품을 점점 많이 먹는데 이와 관련한 이렇다 할 만한 성분정보 서비스가 없었다. 식품 성분정보 서비스를 내놓으면, 수익성과 관계 없이 시장에서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비스를 내놓으려면 가공식품 성분 데이터가 필요했다.

식품의약처, 농림식품부 등에서 공개한 공공데이터를 살펴봤는데 서비스로 내놓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직접 구축하는 수밖에 없었다. 5000~6000개 품목의 데이터라면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제품들에 대한 정보는 커버할 거로 보고 직접 데이터를 수집/구축했다. 데이터를 구축하고 서비스 개발까지 완료했으나, 종합 식품그룹의 일원이라는 회사의 특성 때문에 서비스 출시에 우여곡절이 있었다. 결국 완료한 프로토타입 서비스는 한 스타트업에 양도하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가공식품 정보에 대한 소비자/산업계의 니즈는 반드시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때부터 가공식품 성분정보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위한) 기초 데이터 축적에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떤 측면에서 식품성분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했나.

식품 성분정보 서비스가 어떻게 이용될지, 다시 말하여 그 플랫폼의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기업(대상)이 식품 제조 및 유통사이므로 상품정보는 늘 있었다. 식품과 관련한 데이터가 흘러 다니는 길목, 그곳에서 펼쳐지는 일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서비스 개발에 앞서 비슷한 식품성분 정보 서비스를 살펴봤을 거 같다.

당연하다. 당시(2012년)에는 국내에는 없었다. 미국에서 찾던 서비스가 있었다. fooducate(www.fooducate.com)라는 서비스가 눈에 들어왔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개발한 식품성분 정보 서비스였다. 가공식품 분야에서는 세계 첫 번째 서비스다. 이 사이트는 A+에서 F 등급까지 순위를 매기는 것이 특징이었다. 특정 식품 카테고리 안에서 등급을 매겨 제품간 상대 비교를 할 수 있다.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들이 쉽게 영양학적 성분을 파악할 수 있는 식품정보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동참하면서 대중 서비스로서 면모를 갖췄다. 2012년, 잇사이트 서비스 기획에 앞서 미국에서 fooducate 창업자들을 만났다. 자원 봉사자들 가운데 식품 전문가들이 많아서 식품 분석 알고리즘이 매우 잘 돼 있다. 이 서비스를 필두로 비슷한 서비스들이 많이 생겼다. 이 서비스들의 특징은 회원가입 시 다양한 정보를 입력하게 한다는 점이다. 즉 개인정보 등록 시 많은 데이터를 입력해야 한다. 앓고 있는 질병이나 혈압, 당뇨, 비만도 등을 입력하도록 한다. 식품에 대해 A+에서 F 등급까지 매겨주는 서비스와 달리, 입력한 프로파일에 기반해 건강에 좋은 식품인지, 무관한 식품인지, 나쁜 식품인지를 바로 알려준다. 물론 대기업에서 내놓은 서비스도 있다. 식품과 관계없이 인증기관에서 제공하는 식품 정보 서비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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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트라에서 식품 데이터를 주제로 강의하다. (사진: 이승용, 2017)


잇사이트 데이터는 어떻게 취합했나.

거의 수작업으로 해왔다.


5년 넘게 식품 데이터를 구축하면서 노하우도 많이 쌓았을 거 같다.

질문한 대로, 운영을 해봤을 때야 얻을 수 있는 노하우를 많이 확보했다. 데이터 입력 과정에서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는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입력 전용 인터페이스를 예로 들 수 있다. 데이터 구축에서는 프로세스와 입력하는 인력 관리가 매우 중요했다. 이때 하나 알게 된 것은, 비교적 단순 업무를 진행하는 인력에 대한 세심한 관리와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데이터를 입력하는 전문 인력이 있다는 말인가.

식품영양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활용했다. 대학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데이터 구축에 참여하는 학생들 스스로에게 해당 업무가 단순 작업이 아닌, 그 일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을 늘 자각하도록 했다.

입력한 데이터로 트렌드 리포트를 직접 만들어보도록 한 것이 하나의 예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입력했던 데이터의 가치, 어떻게 데이터를 입력해야 할지를 참여자 스스로 깨닫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만들었던 리포트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빼빼로 데이’ 무렵에 잇사이트에 있는 ‘빼빼로’ 계열 제품들의 당 함량과 열량 등을 학생들과 분석한 결과를 외부에 공개했다. 네이버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 소개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데이터를 입력하는 학생들도 보람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


데이터 구축 과정에서 프로세스란 무엇인가.

가공 식품의 성분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제품을 일일이 구입할 수는 없다. 제품의 사진을 보고 데이터를 입력하기도 한다. 이때 사진을 어떻게 확보-후보정해 오류를 최소화하고, 데이터화할 것인지, 어떻게 검색하게 할지 등이 프로세스의 일부이다.


잇사이트 데이터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인가.

정확도에 대한 수치화한 분석은 없었다. 다만 입력 과정의 오류 최소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검토했다. 눈에 띄는 오류, 즉 한계치를 벗어나거나 엉뚱한 테이블에 입력한 데이터 등이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정확도를 높이려고 했다. 기초 데이터 입력 과정에서 오류는 어디에서나 있게 마련인데, 이 부분을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기억에 남는 잇사이트 데이터 활용 사례가 있다면.

‘SBS 스페셜’에 활용된 것을 들 수 있다. 2014년에 방영됐던 ‘설탕과의 전쟁’이라는 SBS스페셜 팀이 몇몇 회사와 협력해 ‘찍설’이라는 앱을 만들어 내놓았었다. 식품의 바코드를 스마트폰에서 찍으면 당분 농도를 바로 보여주는 앱이었다. 시청자들로부터 꽤 관심을 끌었다. 잇사이트의 원천 데이터가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앱이었다.


요즘 데이터 분야가 매우 인기 있다. 데이터를 구축해 공급하는 업무 경험자로서 ‘원천 데이터’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잇사이트 데이터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주로 하는 말은 ‘쓸 만한 데이터는 사람 손길이 닿아야 한다’였다. 데이터를 구축하는 사람들은 이 데이터가 어떻게 쓰일 건지 감이 있어야 한다. 데이터는 필요한 사람이 만든다. 빅데이터로 표현되는 수많은 비정형 데이터의 가치는 그것의 의미를 발견한 이에게만 주어진다면, 사람이 하나하나 구축한 잇사이트 같은 식품성분 데이터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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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공식품 데이터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채소나 곡물 등에 대한 데이터 구축 계획이 있나.

‘초록마을’에서 공급하는 식품에 대해 데이터화를 추진중이다. 이는 협력사로부터 공급받는 제품의 품질관리 차원에서 시작했다. 다시 말하여 다양한 공급처로부터 들어오는 식료품의 생산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차원의 데이터다. 회사 내부적으로 활용할 공정 관리와 공급사 관리를 위한 데이터다.


용어 표준화 등은 어떻게 했나.

식품 위생법에 근거한 식품 공정과 식품 첨가물 공정, 국가 식품 원재료 코드, 국가 식품 포장재질 코드 등에 부합하도록 데이터 표준화와 모델링을 했다. 참고로 2018년부터 영양 표시제도가 바뀌었는데 이를 반영했다. 바뀐 영영 표시제도는 기존과 달리,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 성분부터 보여준다. 기존에는 열량 데이터 다음에 탄수화물 성분 정보가 먼저 나왔는데, 바뀌고 나서부터는 나트륨 성분 정보가 먼저 나온다. 영양성분을 따지기에 앞서 배고픔을 해결해야 할 때 만들어진 제도를 사용해왔던 거다. 새로운 제도는 소비자 입장에서 해당 식품의 성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섭취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국문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IT에 관심이 있었다. 직접 IT 전공을 하지 않았더라도 분명히 장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었다. 데이터를 널리 퍼뜨리려면 고객과 공급사들과 만남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요즘 말로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영역이다. 데이터 전문가 직무표를 보면, 내가 하는 일은 일종의 데이터 마케터다. 내 전공이 마케터와는 그리 동떨어지지 않았다.


데이터 마케터라는 업무의 매력은 무엇이나.

데이터를 설계/구축하고 분석하는 기술 업무가 아닌, 데이터를 만들어 유통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주도적 사업이 가능하다. 우리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곳이 여러 곳 생기고 우리만 갖고 있는 데이터이다 보니 가만히 있어도 일이 생긴다.


데이터 마케터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나.

이 데이터를 누가 찾을지 수요 예측을 할 수 있고, 데이터의 가치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 하고 싶다. (끝)


출처 :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제공 : 데이터 온에어 Dataonai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