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인터뷰

DB 노하우, 데이터직무, 다양한 인터뷰를 만나보세요.

피시방 사업을 하던 사람이 DB 전도사가 되기까지 - 주창종 데이터 모델러

DATA 인터뷰
작성자
dataonair
작성일
2018-08-21 00:00
조회
3056


데이터 모델러, 주창종

피시방 사업을 하던 사람이 DB 전도사가 되기까지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살아온 얘기가 있다. 프리랜서 데이터 모델러로 활동하는 주창종 씨도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다. 주창종 모델러는 피시방 창업을 계기로 DB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피시방 관리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판매한 경험을 살려 개발업체를 설립/운영하기도 했다. 직원으로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DB와 인연을 맺어 데이터 모델러로 활동하게 된 주창종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강남의 한 프로그래밍 전문 학원. 토요일 오전인데 SQL 초급자 과정의 강의실은 수강생들로 가득하다. 최근 데이터와 DB의 인기를 반영해 IT 분야와 관계없는 일반 직장인 대상의 DB 초급자 과정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수강생들에게 Select부터 하나하나 직접 실행해보도록 하면서 가르치고 있는 40대 후반의 강사가 눈길을 끌었다. 그 주인공은 학원 강사도 프로그래머도 아닌, 현직 데이터 모델러로 활동하고 있는 주창종 씨였다. 그의 얘기는 군 제대 후 대전에서 문을 열었던 피시방 스토리로부터 시작됐다.


젊음의 도전

제대 후 20대 후반에 대전에서 피시방을 열었어요. IMF 한파가 휘몰아치던 1998년 말이었지요. 대전 중심가인 은행동의 비교적 임대료가 싼 공간에 마련했어요. 막 제대한 뒤라서 밑천이 하나도 없었죠. 제 고향이 충북 옥천인데, 아버지께서 그곳 농협에서 근무하실 때였어요. 아버지께 사업 계획서 비슷한 것을 만들어 투자(?)해 달라고 설득했지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몇 번에 걸쳐 확인하시고 돈을 주시더군요.

인터넷 카페가 조금 있었고, 서울을 중심으로 피시방 사업이 인기를 얻을 때였어요. 아마도 제가 열었던 피시방이 대전에서는 두세 번째는 됐을 겁니다. 피시방 문을 열었는데 (피시방이) 뭔지 몰라서인지 며칠 동안 손님이 없다시피 했어요. 그래서 직접 전단을 만들어 돌리고 무료로 해보라고 하면서 알렸죠. 한번 와본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면서 친구들이나 동료를 데려오면서 차츰 손님이 늘어가더라고요.




in_089.jpg
△ 주창종 데이터 모델러


이용료로 시간당 3000원을 받았는데 꽤 괜찮았죠. 당구장처럼 노트에 적어가면서 이용료를 받았죠. 비싸다고 하면 깎아 주기도 했고요. 손님이 많을 때면 혼란스러워지더군요. 그래서 직접 피시방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직접 개발한 피시방 관리 프로그램

입실/퇴실 시간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금액을 계산해 주는 아주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요. 조금 쓰다 보니 일일이 입력하는 게 귀찮더라고요. 그래서 좌석별로 바코드를 만들어 그걸 스캔하면 입실과 퇴실 시간이 입력되면서 이용료를 알려주도록 했지요. 꽤 쓸 만하더라고요.

이게 소문이 났는지 주변 피시방에서 그 프로그램을 팔라는 거예요. 처음에는 뭐 이런 거까지… 하다가 ‘나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팔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더라고요. 피시방에 설치해 주고 30만 원씩 받았어요. 큰돈이 아닐지 모르지만, 20대 중반의 젊은이에게 그 돈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눈을 끄게 해줬어요.

여기저기 소문이 나면서 대전을 중심으로 그 프로그램이 꽤 나가기 시작했어요. 전용 출력 프로그램에서 생성/출력해야 했던 바코드를 피시방 관리 프로그램에 직접 만들어 출력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나중에는 자리 배치도 작성기능까지 추가하니까 꽤 모양새가 나더라고요. 배치도 작성 기능이 들어간 피시방 관리 프로그램을 버전 1.0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3.0까지 업데이트했어요.

전국적으로 피시방 사업이 인기를 얻으며 한 기간통신사의 대전지점에서 연락이 왔어요. 동시에 500카피를 구입하겠다는 겁니다. 통신사 간 피시방 회선 영업이 치열해지면서 그중 한 통신사가 한꺼번에 구입해 고객들에게 나눠준 거죠. 꽤 할인해 줬는데도 당시 대전에서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할 수 있는 돈이 주머니에 들어오더군요. 이때 프로그램 개발도 할 만하겠구나! 하고 피시방 사업이 아닌 다른 사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피시방 창업자를 대상으로 PC와 LAN을 설치해 주는 사업을 했죠. LAN을 깔고 PC를 조립·설치해 주는 일이었죠. PC 40세트가 들어가는 피시방 한 곳을 오픈하는 데 일주일 정도 걸렸어요. 40대를 설치해 주고 AS 비용을 포함해 800만 원 정도를 받았지요. PC당 20만원을 남기는 일이 꽤 괜찮더라고요. 이렇게 여섯 군데 피시방을 오픈해줬습니다.


우연히 찾아온 DB와의 인연

피시방 사업이 대중화되면서 피시방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등장하고 이용료도 마구 내려가기 시작하더군요. ‘피시방 사업을 그만둬야 할 때가 온 거 같다’ 하고 그때를 계기로 친구 5명이 모여서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를 설립했어요. ‘피시방 관리 프로그램을 한 번에 500카피도 팔아보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호기에 넘쳐 사업을 시작했지요.

의료원 관리프로그램, 스크린 경마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지금 보면 그때가 꽤 호황기였는데도, 하청에 또 하청 형태의 일을 받아오게 되는 겁니다. 나중에 결제 부분이 문제가 되더군요. 2년 후 사업을 접었죠. 그때 협력사에서 과장으로 들어와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직장 생활을 신입이 아닌, 과장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직장에 들어가 처음으로 한 일이 부산에 내려가 선박관리 회사의 ERP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었습니다.

오라클 8i Developer Tool로 6개월에 걸쳐 ERP를 구축해 주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 거죠. 여기서 얼떨결에 DB 설치와 운영을 하게 됐어요. 한번 했더니 그 일이 계속 저에게 주더라고요. 자연스럽게 DB와 친해졌죠. DB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B 공부를 개발 업무와 별도로 해야 했어요.

본격적으로 DB 일을 하는 계기가 찾아왔어요.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해, 대전시청의 ITS(지능형 교통망 시스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 거죠. 전문 모델러 밑에서 서브 모델러 업무를 했어요. 2007년, 프리랜서로 독립했는데 samsung.com 쇼핑몰 구축 프로젝트에서 DA 겸 DBA 역할이 주어지더라고요. 이때부터 DB 분야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in_090.jpg
△ 인터뷰에 앞서 주창종 모델러가 화이트보드에 적어 놓은 메모


저는 요즘 데이터 전문가들처럼 DB에 대해 체계적인 학습을 하며 데이터 전문가가 된 경우는 아닙니다. 실무를 하면서 DB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전문서를 구입해 보고, DB 컨설팅 업체의 특강을 들으면서 전문가가 된 경우입니다. 그러다 보니 SQLP나 DAP 같은 자격증은 없습니다. 대신 한 커뮤니티에 가입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SQLP나 DAP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델링은 정답이 없다’

데이터 모델링이란 현장 업무를 데이터로 표현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려 놓고 보면 무척 쉬워 보이지만, 무에서 유를 창출해 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모델러마다 관점과 철학이 있으련입 있다고 합니다. 특정 모델러가 도출한 모델링 결과를 다른 모델러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주변 상황이 그런 결과물을 도출하게 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모델러는 데이터 아키텍트(DA)와 함께 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DA는 고객의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할지 기준을 세우고 관리하는 전문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업무를 분석해 용어와 단어, 논리명과 물리명, 테이블 네이밍 등의 기준을 세웁니다.

프로젝트 수행시에 DB 업무는 생성 단계에서 선택 사항이 매우 다양합니다. 쿼리를 작성할 때도 한 줄에 컬럼 몇 개를 넣을지 대문자 또는 소문자로 할 것인지를 DA가 정합니다. 결국 개발 현장에서 데이터의 표준을 정의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죠. 이 과정을 거쳐 메타데이터를 도출하는데, 전문 메타데이터 관리 솔루션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죠. 이것 또한 DA의 영역입니다.

어디서는 ‘이용자’라고 하고, 다른 곳에서는 ‘사용자’라고 해 놓으면, 같은 의미가 있는 건데도 나중에는 알아보기 어려운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준 아래 데이터 모델러가 모델링을 합니다. 특정 개발 현장에서는 모델러가 DA 역할까지 해야 하므로 서로 업무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도 DA 역할을 동시에 할 때가 꽤 있습니다.


일이 취미가 되다

저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취미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프리랜서이지만 한 프로젝트가 끝나더라도 쉬는 기간 없이 바로 다른 프로젝트 현장에 갑니다. 주변에서 ‘그렇게 하다가는 금방 지친다’고 우려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힘들다는 생각을 별로 해보지 않았어요.

학교 다닐 때, 저는 수학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중학교 때 컴퓨터학원에서 GW-BASIC 프로그래밍을 배웠는데 수학 문제를 푸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데이터를 다루는 업무가 수학의 집합 개념을 많이 쓴다고 하는데, 저는 그 측면에서 유리한 거죠. 그렇다고 제가 다른 걸 다 잘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제 특성이 어울린다 정도로 보면 됩니다. 물론 대학에서 전공도 전산학을 선택했고요.


in_091.jpg


다양한 업무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사람

개발자를 거쳐 데이터 모델러로 일하다 보니 이런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갈 수 없는 현장을 방문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요. 그중에 열차 운행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2007년 이전까지 열차 운행 기관사 자격증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기관사 자격증이 개설되면서 운행이론 시험뿐 아니라 실기 시험을 봐야 했는데, 실기시험 환경 구축 업무를 하게 됐습니다.

자동차 운전 면허증처럼, 열차를 직접 운행하면서 시험을 치를 수는 없죠. 대신에 열차 운행 시뮬레이터에서 실기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었죠. 열차 운행 시뮬레이션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서 사고나 고장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프로그램과 장비를 직접 설계하고 개발했습니다. 열차를 알기 위해 KTX 매뉴얼 2~3권을 통독하고 대학 때 했던 회로 설계 공부도 다시 했고요.

전동 열차와 디젤 열차에 함께 타고 고장상황이나 운전방법을 직접 관찰하기도 했습니다. 데이터 모델링 업무가 현장을 살펴보고 필요 시 인터뷰를 하면서 하듯이, 열차 운행 시뮬레이터 개발도 철도대학 교수들, 경력이 많은 선임 기관사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했습니다.

열차도 당연히 운행규칙이나 권장 운행 패턴이 있게 마련이죠. 예를 들어 첫번째 커브에서 60km로 감속했다가 80km까지 가속해야 효율적이라든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선로지만 10개 역을 효율적으로 운행하는 방법 등 선임 기관사들의 경험을 살려 운행규칙을 미리 만들어 볼 때 그 시뮬레이터를 이용합니다. 이렇게 미리 만들어 놓은 운전선도를 이용한다면 무인운전도 가능하겠죠.

업무 분석 설계를 하려면 다양한 업무 현장을 경험할 기회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반도체 생산설비 현장과 개성공단의 공장을 방문했던 경험도 기억에 남습니다.


미래의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즐거움

프리랜서 데이터 모델러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DB와 데이터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반 직장인 대상의 SQL 초급자 과정도 이런 활동의 일환입니다.

저도 여기에 와서야 알게 됐는데, 일반 직장인들도 엑셀 같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DB를 배우려고 한다는 걸 알고 놀랐습니다. 요즘에는 현업 실무자가 데이터를 직접 분석할 필요가 있어서 일반 직장인들이 꽤 수강하고 있는 겁니다. 원하는 결과를 뽑아 달라고 개발 부서에 매번 요청하기도 번거롭고 해서 직접 해보겠다고 도전한 경우죠.

저는 ‘엑셀’과 비교해 가면서 DB에서 SQL로 처리했을 때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실습 위주로 6주에 걸쳐 매주 토요일마다 강의하고 있습니다. DB의 기초 개념부터 SQL을 활용한 데이터 추출 계산·관리법 등을 입문자 눈높이에 맞춰 전해 드리고 있습니다.

저도 개발 업무를 했지만, 개발자들은 개발자만의 언어가 있고 현업 실무자들은 실무자만의 언어가 있다고 봅니다. 현업 실무자들이 개발자들의 언어를 몰라 개발을 못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므로 이런 현상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나라 1세대 DB 전문가 중에도 현장 실무자가 DB 공부를 하여 나중에 DB 전문가로 전업하게 된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배우고 있는 사람 중에도 나중에 DB 전문가로 진출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학원에서 가르치다 보면, 게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수강생들이 보입니다. 자신이 직접 수강료를 낸 수강생들 중에 그런 사람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요. 이런 수강생들에게는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인지상정일 겁니다. 가르치면서 학창 시절 선생님들이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왜 그리 좋아했는지 이해할 수도 있었고요.


‘일단 시작해 보세요’

저는 DB나 데이터 분야의 자격증이 없지만, 자격증이 필요한 분야임에 틀림없습니다. 요즘은 프로그래머들이 DAP나 SQLP 자격증을 따기 위해 준비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DB 전문가가 현장에서 계속 일하는 데 유리하다는 인식도 작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SQLP나 DAP 자격증을 따서 데이터 컨설팅 전문업체에 입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죠. 잘 알려져 있듯이, 데이터 분야는 컨설팅 개념이 강하므로 개발 분야보다 연륜이 있는 경력자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오라클 DB를 설치하고 데이터 백업과 복구 업무를 하던 DB 엔지니어가 2년 정도 준비해 DAP 자격증을 따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 사람은 좋은 조건으로 유명 데이터 컨설팅사로 입사했습니다. 이렇듯 의미를 발견하고 노력하면 충분히 길을 찾을 수 있는 분야가 DB 영역이 아닌가 합니다. 주변에서 데이터 전문가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스스로 각성하게 될 수밖에 없죠. 저는 DB 분야로 진출하려면, 고민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 볼 것을 권합니다. 제가 지금 강의하는 DB 초급자 코스도 그런 선택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고요. (끝)


출처 :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제공 : 데이터 온에어 Dataonai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