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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또 오를 이들과 함께하는 ‘구루비’ 되고 싶어 - 김정식 구루비 커뮤니티 운영자

DATA 인터뷰
작성자
dataonair
작성일
2018-10-23 00:00
조회
3182


김정식: 구루비 커뮤니티 운영자

오르고 또 오를 이들과 함께하는 ‘구루비’ 되고 싶어

- 3만 회원의 DB 커뮤니티, 구루비의 시작은 DB 공부를 위한 개인적 시도
- 고급 개발자의 완성은 ‘데이터베이스 지식‘을 다지는 데서 이뤄진다
- 나다운 삶을 찾아 DB 컨설턴트에서 개발자의 길로 돌아가다

김정식 씨는 지난 2001년 온라인 DB 커뮤니티인 구루비(gurubee.net)를 개발?오픈한 이래 지금까지 운영자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구루비’를 만든 것을 자신의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라고 여긴다. 구루비 운영중에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와의 만남 중에는 인생 동반자인 아내와의 만남도 있었다.

흔히 ‘10년 넘게 한 분야를 꾸준히 파고들면 일정 수준에 오를 수 있다’고들 하는데, 그는 구루비가 그 정도에 이르렀는지 자문한다. 그럼에도 구루비는 가입 회원 수 3만 명 이상에 한때는 1만 명 이상이, 요즘에는 4,000명 이상이 매일 방문하는 사이트로 자리매김했다. DB 특화 커뮤니티에 이 정도의 방문객이라면 결코 그 수가 적지 않다.

수많은 개발자와 DB 전문가들이 구루비에서 기술적인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구루비에서 시작하여 DB 전문가의 꿈을 실현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유명 포털사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는 김정식 씨가 구루비라는 비상업적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뜨거운 여름날 오전, 경기도 분당에서 김정식 운영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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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식 gurubee.net 운영자



관계의 비밀

구루비에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중 한 명이 제 인생의 반려자인 아내입니다. DB를 잘하고 싶다고 스터디 모임에 나온 개발자였는데, 둘이 마음이 통해 결혼에 이르렀습니다. 온라인 사이트이지만, 오프라인 만남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많았습니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고민했던 사항이 저절로 해결되기도 하고요. 이게 관계의 비밀 또는 소통의 힘일까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포털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직접 만나고 몸으로 부딪치는 걸 더 좋아합니다.

2006년에서 2008년까지 구루비의 회원이 놀라보게 늘었는데, 그땐 DB 업계의 정말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그들의 좋은 점을 저도 모르게 받아들이려 했던 거 같습니다. 그때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지금도 일이 잘 안 풀리면 무조건 자리에서 일어나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제 고민을 얘기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다 보면, 답이 저절로 나올 때가 많습니다.


직접 만나는 즐거움

몸으로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등산입니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거의 주말마다 산에 갔어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등정했고, 지리산 종주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리지 않고 10번 넘게 했지요. 암벽 타기도 했었습니다. 산을 좀 탄다는 사람들이 모이는 ‘코오롱등산학교’를 다니면서 전문 산악인을 여러 명 만났습니다.

그들은 취미를 넘어 프로가 된 주인공들이죠. 많은 사람이 취미로 등산을 하다가 그만두는데 그 분들은 꾸준히 산을 오르면서 세계의 최고봉까지 도전하더군요. 그런 사람들 중에는 산에서 친구나 형제를 잃은 경우도 있었죠. 그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결국에는 세계 최고봉 등 어려운 등정에 성공하면서 전문가 대열에 합류하더군요.

구루비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전문 산악인 같은 DB 전문가나 개발자들을 꽤 만났습니다. 높은 산에 오를 때면 누구나 몇 번씩은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할 겁니다. 심지어 생명까지 걸어야 할 순간을 만나게 되는데, 그걸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는 분들 말입니다. 한국의 DB 업계 1세대 가운데 이런 분들이 꽤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DB 스터디를 3년 정도 꾸준히 하면, 일정 수준에 오르더군요. 처음에는 열정 빼면 텅 빈 상태로 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몇 번 나오다가 그만 두는 경우도 있지만, 오래 가는 사람들은 결국 일을 내고 말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이 SQLP와 DAP 자격증을 따고, 잘나가는 데이터 모델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 중에 아직도 오프라인 스터디에 나오는 분도 있습니다.


DB 공부를 위해 만든 ‘구루비’

2000년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첫 직장이 오라클 협력사였는데, 직장 초년생이 한국오라클에 파견나가 그쪽 직원들과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숙련된 DB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짧은 시간에 많이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일찍 ‘DB는 개발자의 역량을 높여주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DB 공부를 더 체계적으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책이나 지도를 받을 만한 멘토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학원 수강료는 직장 초년생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쌌고요. 그래서 직접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닷컴 열풍이 몰아 닥치며 2000년을 전후해 자바?PHP?닷넷 등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언어 커뮤니티가 속속 생겨났죠. 그때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DB 커뮤니티’를 목표로 일단 오픈했습니다. 처음에는 오라클 DB 중심으로 강좌와 질문 주고받기를 하여 커뮤니티 이름도 ‘오라마스터(ora-master)’라고 했지요. 중간에 커뮤니티의 이름을 ‘오라클클럽’이라고 했다가 지금의 ‘구루비’로 바꾸게 됐습니다.

DB 커뮤니티를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겁니다. 커뮤니티에서 회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강좌에 반응을 보내오면, 힘이 나더라고요. 회원들이 필요한 기능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보면, 하루에 1시간씩 자도 힘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6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개발했는데, 그때는 거의 미친 거처럼 몰두했어요. 프로그램 개발의 묘미를 그때 제대로 느꼈고요. DB 일을 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였는데, (개발을 하면) 튜닝이나 DB 컨설팅을 할 때보다 훨씬 힘이 나고 재미있는 겁니다.

2006년을 전후하여 하루만에 구루비 회원이 몇 백 명씩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2003년까지는 제가 직접 강좌를 올리고 질문에 대한 답을 달았습니다. 2005년이 되면서 ‘마농’과 같은 회원들이 등장하면서 제 대신 답을 달아주는데, 너무나 잘 하는 겁니다. 저보다 수준이 훨씬 높았어요. 이때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 분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스터디 모임을 갖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때가 2006년 무렵입니다. 13년 가까이 스터디를 하면서 한때는 70명 넘게 모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15명 정도가 꾸준히 모이고 있습니다. 스터디한 내용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세미나도 지금까지 15회 정도를 했고요.

2007년에 접어들며 DB 커뮤니티가 최대 부흥기를 맞으며, 회원 수 기준으로 3만 명을 돌파했죠. 그 덕분에 (제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라클 에이스(Oracle ACE, 오라클 DB 전문지식과 경험을 다른 커뮤니티 회원들과 공유하는 이들을 위해 오라클에서 제공하는 특별 프로그램)로 선정되기도 했고요.

2008년에는 하루에 1만 명 넘게 찾아오는 사이트로 각광을 받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는 하루 4000명 정도가 찾아옵니다. 방문객이 예전보다 줄어든 이유는 카페와 해외 유명 커뮤니티, 블로그 등 DB 관련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합니다.


고급 프로그래머의 완성은 DB 지식에서!

오픈한 지 20년 가까이 된 요즘의 구루비는 개발자보다 DB 전문가를 꿈꾸는 회원들이 많아요. 초기에는 개발자를 위한 사이트였습니다. 개발자를 위한 DB 정보 공유를 강조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DB를 제대로 활용해야 고급 개발자로서 모습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지금까지도 변함 없는 제 생각입니다.

요즘도 구루비 사이트를 운영하다 보면, 개발 분야에서 꽤 실력과 경력을 갖췄음에도 DB 공부를 뒤늦게 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들을 가끔씩 접합니다. 효율적인 SQL 작성이나 인덱스 개념, 나아가 모델링에 대한 지식을 분명하게 정리하고 나면, 프로그래밍 실력이 몰라보게 달라진다고들 합니다. 개인적으로 업무 프로그래머의 완성은 ‘DB에서 결정 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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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로 나아가는 디딤돌, SQLP 자격증

얼마 전까지는 글로벌 DB 공급사 전문가 자격증에 관심이 높았는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요즘 DB 분야로 진출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격증은 SQLP(SQL Professional)입니다. 구루비에 ‘DB 전문가로 가는 로드맵’을 직접 만들어 올려놓기도 했는데, SQLP 수험서를 보니 너무 잘 돼 있어서 그걸 추천하고 있습니다.

SQLP는 개발자가 SW를 개발하고 SI 프로젝트를 하는 역량을 높여주는 정말 추천할 만한 자격증입니다. 이 자격증이 DB 전문가 또는 고급 개발자임을 보증한다기보다는 전문가로서 한 단계 올라서는 디딤돌 같은 존재라고 해야 할까요.

모델링, 데이터 아키텍처, SQL 활용과 최적화 등 개발자나 DB 전문가가 알아야 할 지식을 실무 중심으로 매우 체계적으로 갖출 수 있는 자격증입니다. 그만큼 아무나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구루비 커뮤니티에서도 언젠가부터 SQLP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한 번에 붙은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구루비가 (DBguide.net보다) 먼저 등장해서 DBguide.net이 어떻게 성장 했는지는 조금은 알아요 DBguide.net에 고마웠던 점은 DB 전문가로 성장해야 할 비전과 멘토 역할을 해줄 만한 분들이 자주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체계적으로 정리된 DB 관련 기술 문서도 매우 도움이 됐고, 전문가 칼럼이나 인터뷰를 보면서 전문가의 꿈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창업과 실패, 개발자로 되돌아오다

첫 직장이 DB 비즈니스를 했던 곳이라 관심도 당연 DB였습니다. DB 성능 모니터링 도구를 직접개발하고 싶었고요. DB 컨설턴트로도 인정 받고 싶었습니다. 제가 20대 후반이었을 때죠. 2003년에 4명이 모여서 DB 컨설팅사를 설립해 한 3년 정도 운영했습니다. 이미 좋은 모니터링 도구가 있었으므로 DB 컨설팅 쪽에 더 중점을 두면서 사업을 했지요. 보통 창업 후 고비라는 3년 정도 됐을 때 인수?합병을 추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계획했던 대로 일이 이뤄지지 않아 2006년에 창립 멤버 4명이 헤어지는 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비교적 일찍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다가 2007년에 다시 개발자로 되돌아 왔습니다. ‘오라클 에이스(Oracle ACE)이고 DB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데 왜 개발을 하냐?’고 주변에서 의아해 하더군요. 커뮤니티를 활용해 DB 컨설팅을 하면 부와 명예를 쥘 수 있을 거라면서 말입니다.

DB 컨설팅과 튜닝 업무를 하면서 한동안 개발의 즐거움을 잊고 있었죠. 구루비 사이트를 개발?운영하면서 제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프로그래머가 될 것을 다짐했는데, 그 생각을 잊어 먹고 있었더라고요. 앞서 얘기했듯이 구루비를 개발할 때, DB 컨설팅과 튜닝 일에서 느껴보지 못한 기분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 길은 DB보다는 프로그래밍이 맞다’고 생각했죠. 물론 창업했던 DB 컨설팅사가 잘 됐다면, 제 적성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창업했던 회사가 문을 닫는 과정에서 복잡한 일을 겪으며 ‘내가 좋아하고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나답게 살겠다’는 생각을 굳히기에 이르렀습니다.


나답게 산다는 것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나답게 사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생각이 떠오르면 일단 시작해보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이걸 제 장점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감사해야 할 일이죠.

요즘 DB 영역도 정말 치열하다는데, 치열하게 집중하면 다 잘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닌가 합니다. DB 영역은 지금까지 늘 인력이 부족하다고들 하잖아요. SQLP나 DAP 같은 자격증을 취득해 경험을 쌓으면 유명 데이터 컨설팅사 입사 등 대우를 잘 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보다 공부할 수 있는 여건도 잘 마련돼 있고요. 잘하는 고급 전문가는 DB 영역이든 개발 영역이든 늘 부족합니다.

DB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공부 방법이요? SQLP 같은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두고 공부하는 것입니다. 거기다 주변에서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 한 명 정도를 찾으면 더 좋습니다. 구루비 같은 DB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스터디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다 보면, 공부 방법과 원하는 멘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오프라인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흔히들 공부를 하려면, 누군가에게 설명해 보라고 하지 않습니까? 자신이 누군가에게 설명하다 보면, 자기 것이 돼 있을 겁니다. 중간에 어려운 시기도 많이 겪을 텐데요. 누구나 겪는 과정이므로 포기하지 않으면서 성취하기를 바랍니다.


출처 :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제공 : 데이터 온에어 Dataonai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