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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묻어나는 내 스토리가 힘이 되는 시대” - 생명정보학자 박종화 박사(하)

DATA 인터뷰
작성자
dataonair
작성일
2018-12-21 00:00
조회
2097




데이터인 인터뷰: 생명정보학자 박종화 박사(하)

“경험이 묻어나는 내 스토리가 힘이 되는 시대”

- 자신만의 콘텐츠 갖고 고객 마음 읽으려는 사람이 고급 프로그래머
- 파이썬 등 인간 언어에 가까운 고급 언어가 더 유리해
- 프로그래머의 유혹 ‘멋진 나만의 것’으로부터 해방되자!

“프로그래밍력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이에요. 열정적인 사람에게 프로그래밍이 잘 맞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열정적입니다. 프로그래밍에 적성이 맞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에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거 같습니다. … 하지만 제가 만나본 우리나라 프로그래머들의 면면을 보면 매우 뛰어납니다.”

* 인터뷰: 박세영(글봄크리에이티브 sypark@mustr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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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화 UNIST 게놈연구소장

박종화 씨는 1967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수의학과를 다니다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생명정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하버드대 연구원을 거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유전체정보센터, 테라젠 바이오연구소 등을 거쳐 2014년 UNIST 게놈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인간 노화를 극복하려는 바이오해커 가운데 한 명이다.

고급 프로그래머요?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고 있고 고객 마음을 읽으려는 자세를 갖춘 사람이 고급 프로그래머일 겁니다. 뛰어난 해커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물론, 알지 못하는 것까지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입니다. 엄마가 아기의 표정과 몸짓을 보고 뭘 원하는지 알아서 해주듯이 그런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뛰어난 프로그래머이겠죠. IT는 서비스업으로 분류됩니다. 즉 봉사 업무라는 뜻입니다. 고객 요구를 섬세하게 분석해서 지원하는 사람이 리더십을 갖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머에게 찾아오는 유혹

프로그래밍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정적인 사람에게 프로그래밍이 잘 맞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열정적입니다. 프로그래밍에 적성이 맞다는 말입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에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거 같습니다. 우수한 프로그램은 구글이나 애플에서 내놓고, 데이터 분석 플랫폼으로 그들이 만든 언어, 인공지능, 클라우드, 하둡, API들을 쓰면 된다고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나본 우리나라 개발자들의 면면을 보면 매우 뛰어납니다.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해서 세계 여러 나라 IT 전문가들을 만날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개발자들 정말 우수합니다. 개발자들 중에 눈길을 끄는 사람들은 이스라엘 출신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어떠한 위급한 상황에서도 매우 차분하면서도 당당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자세 때문인지 이스라엘은 미국 시장에 첨단 소프트웨어를 많이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개발자들이 더 당당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IT 세계를 리드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지속될 직업이 프로그래머라고 봐요. 농사도 프로그래밍이 할 것입니다. 데이터를 다루고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주도하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자부심을 갖고 살았으면 합니다. 사명감도 필요하고요.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10만 프로그래머 양병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코딩교육을 의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프로그래밍은 기술력이 아닌 생각하는 능력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역사학 전공자도 잘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프로그래밍 언어요?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려면 인간 언어에 가까운 파이썬이나 R, 펄 같은 고급 언어를 배우는 것을 추천합니다. 컴퓨터 속성에 더 특화한 언어, 즉 C나 자바보다 인간 언어에 가까운 고급 언어들이 더 각광을 받을 것입니다. C나 자바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파이썬을 쓰면 시스템 성능이 안 나온다고 하는데 요즘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어요. 구글에서 공개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파이썬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많이 쓰는 언어를 선택하면, 재활용하기도 쉽습니다. 인간이 하드웨어 자원을 절약해야 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세계적으로 IT 세계를 주도하는 업체의 API를 사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를 포함해 프로그래머에게 찾아오는 유혹이 있습니다. ‘멋진 나만의 것’이 바로 그겁니다. 가장 보편적이고 재활용하기 쉬운 것이 멋진 것이라고 봅니다.

프로그래밍을 공부할 때 추천하는 방법 말입니까? 인간 언어를 공부할 때처럼, 처음에는 조금 더디더라도 특정 기능 하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원리를 하나씩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을 쓰라고 강조합니다. 원리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나면 처음부터 빠르게 코딩하는 데 집중했던 사람보다 프로그래밍을 더 잘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동료들에게 프로그래밍 책을 시간나는 대로, 문학책 읽듯이 천천히 즐기면서 계속 읽으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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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쓰는 언어를 선택하면, 재활용하기도 쉽습니다. 하드웨어 자원을 절약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세계적으로 IT 세계를 주도하는 업체의 API를 사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You are boring!

4차산업의 핵심은 분산화라고 봅니다. 중앙집권화의 인프라를 넘어, 분산 인프라가 미래의 대세가 될 겁니다. 그게 에너지든, 컴퓨터건, 데이터이건간에요. 개인이 핵심 포털 혹은 노드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거대 포탈업체가 개인들에게 데이터를 달라고 요청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합니다. 모든 인간이 하나의 포탈이 되는 시대라고 하면 뜬금 없다고 생각할 텐데, 데이터에서는 이미 그런 움직임이 일고 있어요. 마이데이터가 그것으로, 은행이나 병원에서 갖고 있는 데이터를 내가 관리하면서 개인이 데이터 주도권을 갖게 될 겁니다. 20년 전에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마이데이터라고 하여 현실화가 되고 있어요.

이 시대가 오면 인간 존재 자체로서 특별하고 기발한 생각을 잘하는 사람이 대우받을 겁니다. 그때가 오면, 유명 IT 업체가 회원들의 생각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다가 특별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창업하라고 연락할 겁니다. 동의하면 회사가 즉시 가상으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존재가 유니크하고 나만의 스토리가 경쟁력인 시대가 오고 있어요. 내 삶이 가장 고부가가치 정보인 시대이죠. 그때가 되면 인공지능이 우리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아이디어를 돈으로 만드는 시대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해집니다. 유니크하면 예술 창작도 가능해 집니다. 진정한 자기스러움이 자원이 되는 시대이죠. 어디서 본 것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화하지 않은 채 뛰어난 기억력을 바탕으로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얘기하면 환호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그것은 진정한 철학의 빈곤이죠. 이런 모든 가치있는 정신 활동의 근간이, 철학적으로 스위칭입니다(Switching). 스위칭은 우주진화의 핵심 프로세스이고, 이 스위칭을 가장 특별하게 할 수 있는 존재가 가장 매력적이게 될겁니다. 빅데이터의 가치를 다르게 표현하면, 재미있는 데이터입니다. 싫증나지 않다는 거죠.

경험이 묻어나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없으면 감추려고 해도 바닥이 드러나는 빈곤한 삶이 될 겁니다. 다른 일을 하??을 발견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쓴 책들에서 본 것을 잘 엮어서 그럴 듯하게 말하니까 사람들이 환호했죠. 그걸 믿고 실제 정치 영역에 뛰어들었다가 바닥이 금방 드러나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이들은 한마디로 문제를 정형화해 점수를 맞추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근본적으로 자기 만의 데이터와 자기만의 철학 (스위칭 체계) 가 없는 경우인데, 미래 한국 교육이 이런 독립적이고 유니크한 데이터를 가진 프로그래머를 많이 배출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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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묻어나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없으면 감추려고 해도 바닥이 드러나는 철학이 빈곤한 삶이 될 겁니다.”

‘인간은 스스로가 컴퓨터’

게놈 분석이 무엇이냐고요? 이건 생물학적 소재가 아닌 철학적 소재입니다. 45억년 지구의 역사를 둘로 나눈다면, 게놈을 읽기 전과 읽은 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IT혁명의 핵심인 컴퓨팅은 손가락이나 주산으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산 기능을 확장해 놓은 것인 지금의 컴퓨터입니다. 게놈은 다릅니다. 더 근원적입니다. 고전 철학자나 과학자에게 인간은 무엇인가? 하고 질문하면 답이 어렵습니다. 저는 ‘인간은 스스로가 컴퓨터’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소스코드를 읽을 수 있는 컴퓨터 말입니다. 우리 자신은 컴퓨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알고 보면 우리가 컴퓨터를 쓰는 존재가 아닌 우리가 바로 컴퓨터이자 게놈인데요. 인간 생명의 본질이 컴퓨터라서 컴퓨터로 가장 잘 이해되고 처리될 수 있는 것입니다.

컴퓨터로 분석할 수 있는 모든 실체(computational entity)는 예언자입니다. 달리 말하면 모든 생명체는 예언자입니다. 우리 모두가 에너지를 써서 예측을 합니다. 죽을 때까지요. 예측과 예언을 더 잘하려고 컴퓨터를 만들었고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고요.

이 말을 들으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인간을 비하하는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네요. 제가 게놈 분석을 해보면서 내린 결론은 컴퓨터와 다를 게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물질이 아닌 상호작용하는 존재입니다.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면 흔히 말하는 기 또는 혼이 됩니다.

서구 사회는 우주를 물질 중심으로 봤습니다. 반면 동양에서는 물질이 아닌 액션 중심으로 봤습니다. 음과 양의 상호작용으로 우주가 존재한다는 식입니다. 저는 우주는 정보처리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이는 곧 상호작용이 핵심이란 말이기도 합니다. 상호작용이 본질이므로 에지(edge)와 에지의 연결선이 본질입니다. 음과 양으로 물건을 나눈다면, 그 물건 자체보다는, 그 두개의 상호관계에 의해 모든 의미가 생성됩니다. 친구나 동료들의 상호작용의 합이 나를 정의합니다. 한 인간이 누구와 상호작용하는지를 모아서 정의(define)하면 본질이 나오게 됩니다. 데이터(정보)와 그 처리는 에지, 즉 그 연결선이 본질입니다. 상호작용의 쪼갤수 없는 밑바닥 혹은 원자(atom)가 스위칭입니다. 인터넷의 속성도 스위칭이고, 인간의 속성도 스위칭입니다. 세상의 모든 스위칭을 데이터화하고, 처리하고,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인간이 하는 일입니다. 이 중에서 자기 존재 자체를 데이터하고, 처리하고, 프로그래밍(유전자편집등)하는 학문이 제가 하는 생정보학(생명정보학)입니다. 인간 노화극복(극노화)은 결국 이런 게놈을 해킹하는 '바이오해커'들에 의해 달성될겁니다. 인간도 컴퓨터라면, 컴퓨터의 생로병사를 언젠가는 자유자재로 프로그래밍하는 시대가 오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이외에도 박종화 박사와 정치, 예술,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데이터 관점에서 나눴던 내용을 위주로 정리했다. 박 박사와의 인터뷰는 2시간을 넘겼지만, 짧게 느껴졌다. (끝)

출처 : 한국데이터진흥원

제공 : 데이터 전문가 지식포털 DBgu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