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인터뷰

DB 노하우, 데이터직무, 다양한 인터뷰를 만나보세요.

‘한국 헌혈자의 70%는 30세 이하다. 이들이 30세를 넘어서면 왜 헌혈하지 않을까? - 김광섭 레드커넥트 대표 (상)

DATA 인터뷰
작성자
dataonair
작성일
2019-09-23 00:00
조회
1153


데이터인 인터뷰: 김광섭 레드커넥트 대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데이터 (상)

‘한국 헌혈자의 70%는 30세 이하다. 이들이 30세를 넘어서면 왜 헌혈하지 않을까?
지난 7월 11일, 서울 삼성동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주최로 제1회 마이데이터 아이디어 공모전 의 최종 후보작 발표회와 시상식이 열렸다. 대상은 ‘차세대 스마트 헌혈 서비스’를 제안한 ‘레드커넥트 팀’이 차지했다. 차세대 스마트 헌혈 서비스는 지금까지 단발성으로 그쳤던 혈액 감사결과를 개인 건강관리 마이 데이터로 제공, 헌혈을 독려하고 만성적인 혈액 부족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서비스다.

이 팀의 리더 김광섭 레드커넥트 대표는 사회 생활 2년차의 젊은이. 김 대표가 부족한 혈액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도전했던 배경에는 개인적인 절절했던 경험이 있었다. 몇 년 전, 자신의 아버지께서 혈액암으로 투병 생활을 할 때 제때 수혈하지 못해 안타까웠던 경험을 갖고 있다. 그때, 국내 혈액 공급체계는 1950년대의 시스템이 아직까지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혈액 부족문제를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 바람을 실현해 볼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그의 첫 직장(SKT)의 신입사원 연수회 때, 헌혈 관리 서비스를 제안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입사 동기 2명과 함께 SKT 사내 소셜 벤처를 시작했다.

헌혈 결과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혈액 부족 문제를 개선해보겠다는 의지를 관련 기관과 건강 데이터 관리 기관에 제시했을 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몇 번이고 찾아가 설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절절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심은 통한다! 젊은이들의 끈기를 보고 돕겠다는 연락이 왔다. 올해 초에는 스페인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 세계인을 대상으로 ‘차세대 스마트 헌혈 서비스’ 아이디어를 발표해 큰 관심과 지지를 얻어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영문학도로서 낯선 데이터 분석 실무까지 직접 하고 있다. 데이터 전문가도 아닌데, DBguide.net과 인터뷰하기 조심스럽다고 몇 번이나 망설이는 김 대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입사 2년차의 패기 넘치는 김 대표의 이야기를 두 번에 걸쳐 소개한다.

인터뷰: 박세영(글봄크리에이티브, sypark@mustree.com)



column_img_478.jpg
△ 김광섭, 레드커넥트 대표


연극과 발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복수 전공했던 경영학 마케팅 강의 시간에 데이터 분석을 해보았지만, 내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하게 될지는 몰랐다. 연극을 좋아하여 극작가가 되거나 연출가가 되고 싶었다. 주변에서는 내가 대중 앞에서 발표를 자연스럽게 한다고 하는데 학생 때 연극부 활동을 해서 그렇지 않나 싶다. 대중에게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제시하면 반응이 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관객들에게 말을 걸어서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 대답을 받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많이 쓴다.

공감을 얻지 못한 발표는 독백이 아닐까 한다. 조금은 당돌하겠지만, 100명의 관객이 모인 자리에서 발표한다면 그중 70명에게는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내가 그나마 남들보다 조금 나은 게 있다면 발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자신이 발표에 능숙하지 못하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분명 다른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column_img_479.jpg
△ 제1회 마이데이터 아이디어 공모전 발표 현장


젊음 ‘외면하지 않음’

우리 나이로 스물여덟이다. 문학을 전공자로서 회사(SKT)에 들어온 이유 때문에 마케팅 사업부로 배치됐다. 신입사원 연수회 때 우연히 사내 벤처기업 창업기회를 얻었다.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사업을 제안하면 회사에서 지원해준다'고 하여 내 아버지 투병 생활 때 경험했던 혈액 부족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때, 헌혈제도가 매혈이 금지된 1981년 이후 40여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운영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는 성장했지만, 생명과 관련된 헌혈 시스템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40여년 동안 헌혈 시스템에 큰 변화를 줄 수 없었던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방법으로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어 헌혈 인구를 늘려보고 싶었다. 새로운 방법의 소재가 바로 데이터였다.

지금은 완쾌되었지만, 몇 년 전 아버지께서 혈액암을 앓으셨다. 환자가 혈압이 낮아지거나 적혈구 수치가 떨어지면 긴급 수혈을 받아야 하는데, 혈액은행에서 바로 수급이 안 돼 주변 분들이 달려와 헌혈해 주고 가는 일도 몇 번 있었다. 지금도 제때 수혈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입사 동기들에게 혈액 부족 문제를 함께 해결해보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동기들이 내 경험담을 듣고 마음을 열어줬다. 개발자 한 명과 나를 포함해 두 명의 데이터 분석가가 모여 팀을 짰다. 레드커넥트라는 사내 벤처를 설립 승인을 받아 2018년 2월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헌혈 및 혈액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보겠다고 관련기관에 제안하면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개인정보법 때문에 데이터를 요청할 수도 없던 상황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3~4개월에 걸쳐 몇 번씩 찾아갔더니 반응이 왔다. 예산과 현실적인 문제가 많아도 한번 해보자고 대한적십자사의 한 팀장께서 힘을 실어 주셨다. 그 팀장과 2400명의 헌혈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서비스 실험을 했다.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냈다.


분석가의 현실

받은 데이터를 상관관계 분석을 해보았다. 헌혈을 자주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건강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왔다. 마크다운 포맷으로 정리해 해당 팀장에게 제시했더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자료라고 관심을 표명했다. 이때 데이터의 힘을 실감했다.

말이나 글로 설득했을 때보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했더니 반응이 확 달라졌다. 실무 데이터 분석가라면 공감할 것이다. 일반인들은 데이터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처럼 환상을 갖기 쉽지만, 정작 분석 현장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때로는 회의감마저 들 때도 있다. 데이터를 너무 쉽게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태도가 확 달라지는 것을 보고 데이터의 힘을 실감했다.

또 하나, 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MWC(Mobile World Congress)에 참가했었다. 2019년 MWC의 쟁점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행사 안내 사이트에 들어가 참가 업체들에 대한 자료를 CSV 파일로 모았다. 설 연휴 3일 동안 데이터를 분석하여 키워드를 도출해 보았다. 2018년 행사보다 참가 업체가 늘었는데, 우리가 기대했던 5G 서비스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거론되지 않고 있었다. 그 대신 플랫폼, 데이터, 기술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이 자료를 동행자들에게 전달했는데 반응이 너무나 좋아 마음이 뿌듯했다.


데이터가 대단해?

데이터가 직접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데이터가 문제의 지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고, 관심과 동의를 끌어내고, 문제 해결 방향이나 나아가야 할 반향을 제시해 주는 것은 실감했다. 나는 실력이 뛰어난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분석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가 무척 조심스럽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내가 데이터를 분석해보고 다뤄보면서 느꼈던 바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고 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분들을 만나 보면, 대부분 데이터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면서 겸손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데이터 분석의 실체를 접하지 못했을 때, 미래를 담보할 마술처럼 여겼던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출처 :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제공 : 데이터 온에어 Dataonai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