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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헌혈자의 70%는 30세 이하다. 이들이 30세를 넘어서면 왜 헌혈하지 않을까? - 김광섭 레드커넥트 대표 (하)

DATA 인터뷰
작성자
dataonair
작성일
2019-10-14 00:00
조회
1457


데이터인 인터뷰: 김광섭 레드커넥트 대표

문학과 닮은 데이터 분석 (하)

‘한국 헌혈자의 70%는 30세 이하다. 이들이 30세를 넘어서면 왜 헌혈하지 않을까?
지난 7월 11일, 서울 삼성동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주최로 제1회 마이데이터 아이디어 공모전 의 최종 후보작 발표회와 시상식이 열렸다. 대상은 ‘차세대 스마트 헌혈 서비스’를 제안한 ‘레드커넥트 팀’이 차지했다. 차세대 스마트 헌혈 서비스는 지금까지 단발성으로 그쳤던 혈액 감사결과를 개인 건강관리 마이 데이터로 제공, 헌혈을 독려하고 만성적인 혈액 부족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서비스다.

이 팀의 리더 김광섭 레드커넥트 대표는 사회 생활 2년차의 젊은이. 김 대표가 부족한 혈액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도전했던 배경에는 개인적인 절절했던 경험이 있었다. 몇 년 전, 자신의 아버지께서 혈액암으로 투병 생활을 할 때 제때 수혈하지 못해 안타까웠던 경험을 갖고 있다. 그때, 국내 혈액 공급체계는 1950년대의 시스템이 아직까지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혈액 부족문제를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 바람을 실현해 볼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그의 첫 직장(SKT)의 신입사원 연수회 때, 헌혈 관리 서비스를 제안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입사 동기 2명과 함께 SKT 사내 소셜 벤처를 시작했다.

헌혈 결과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혈액 부족 문제를 개선해보겠다는 의지를 관련 기관과 건강 데이터 관리 기관에 제시했을 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몇 번이고 찾아가 설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절절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심은 통한다! 젊은이들의 끈기를 보고 돕겠다는 연락이 왔다. 올해 초에는 스페인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 세계인을 대상으로 ‘차세대 스마트 헌혈 서비스’ 아이디어를 발표해 큰 관심과 지지를 얻어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영문학도로서 낯선 데이터 분석 실무까지 직접 하고 있다. 데이터 전문가도 아닌데, DBguide.net과 인터뷰하기 조심스럽다고 몇 번이나 망설이는 김 대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입사 2년차의 패기 넘치는 김 대표의 이야기를 두 번에 걸쳐 소개한다.

인터뷰: 박세영(글봄크리에이티브, sypark@mustr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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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섭, 레드커넥트 대표


왜 지속적으로 헌혈하지 않을까?

한국은 헌혈자의 70% 이상이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다. 30세를 넘어서면서부터 왜 헌혈을 하지 않게 될까?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는 건강을 염려해서일까? 주변 일본의 경우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여겼다.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전체 헌혈 인구 중 30대 이하의 젊은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하이다. 주로 3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헌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의 경우, 30세 이하의 젊은 층에서 헌혈률이 높은 이유를 군인들의 적극적인 참여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전체 헌혈자 중에서 군인은 15% 정도를 차지한다. 대학생들이 헌혈에 많이 참여한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젊은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상태로 간다면 혈액 부족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합의

‘헌혈 활성화 플랫폼’이라는 과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려고 했을 때, 듣던 대로 수많은 장벽을 만났다. 잘 알려져 있듯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건강보험관리공단은 다른 나라에서 부러워할 정도의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라는 틀에 갇혀 있다. 우리 팀이 준비중인 서비스는 건강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면 더 힘을 얻게 된다. 그래서 ‘헌혈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 의도를 널리 알려서 이를 공론화하고 협력자를 늘려가고자 했다.

마이데이터 아이디어 공모전뿐 아니라 심평원과 건강보험관리공단의 데이터 분석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참여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도움 받을 곳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둘 필요가 있어서 적극 참여해 얻은 결과다.


힌트

요즘 사회복지기관에 작으나마 기부를 하면 소식지를 보내준다. 기부금이나 기부한 물품이 어디에 쓰였다고 알려줌으로써 지속적인 기부가 이뤄지도록 한다. 일종의 기부인 헌혈에서는 그런 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혈액 검사 결과를 한 번 제시해주는 것으로 끝이다. 그러다 보니 헌혈자들은 영화 티켓과 내 피를 바꿨다는 애매한 느낌을 받게 되고, 계속해서 헌혈하고 싶은 생각을 갖지 못하게 된다.

NWC에서 헌혈 활성화 플랫폼 주제 발표가 끝나고 세계 10개국의 참가자들이 ‘자국도 비슷한 상황’이라면서 우리 서비스가 잘 만들어져 ‘참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중에 영어에 서툰 브라질의 한 의사가 흥분된 표정으로 찾아와 ‘서비스를 꼭 잘 만들어 적십자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각국에 보급되길 희망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건강관리 플랫폼 기반의 헌혈관리를 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 건강을 관리하면서 절박한 상황의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달라질까? 개인적으로, 20대 후반의 시간을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을 갖는 문제 해결에 쓴다는 것이 행복하다.


어려움과 선의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여러 창구를 두드려 봤다. 청와대 신문고와 정부유권해석, 규제 샌드박스 등에 노크했는데 특별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계속 어려움에 직면하다 보니 힘이 빠졌다. 그렇다고 이 상황을 놓고 불평만 하고 있으면 삶이 피폐해지겠더라. 현재 가능한 것을 하고 있으면, 적기가 되면 좋은 소식이 올 거라 믿고 있다.

여러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을 방문했을 때 에피소드도 있다. 내 나이(28세)가 어리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었다. 방문처의 ‘의사 결정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이 대기업의 2년차 직원이 찾아온 것을 보고 난처해하기도 했다. 대기업의 사내 벤처기업 대표라고 소개하면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고 했다.

사내 벤처기업 대표로 일하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젊은 벤처 기업가들이 누구의 보호도 없이 직원들을 챙기며 일하는 모습이 참 대단했다. 그에 비하면 나는 회사의 보호 아래서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어서 그들의 의지에는 한참 못 미친다. 내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그런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더불어 내가 하는 일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의외로 도움의 손길이 많이 온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분들이 멘토 역할을 해주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처음에는 돈과 관련됐을 거라고 여겨 ‘투자 안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선의를 알고 대가 없이 도움을 주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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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마이데이터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 수상 후 민기영 KDATA 원장과 기념 촬영


영문학도

경영학 복수 전공 과목 때 분석과 통계를 잠깐 접했던 것 외에는 프로그래밍은 배우지 않았다. 헌혈 관련 데이터 확보와 분석은 레드커넥트의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당장 필요하여 R 분석도구도 직접 배우게 됐다. R이 웹과 연동성 측면에서 불편하여 주변에 얘기했더니 파이썬을 써보라고 하여 파이선까지 배우게 됐다.

레드커넥트 팀 모두가 데이터를 모으고 전처리도 하고 분석도 한다.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해서 통계 지식이 부족했다. 분석을 하려면 통계지식이 필수적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통계 공부도 조금씩 했다. 통계를 모르면, 내가 분석해 놓은 결과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통계와 관련된 30~40회 인터넷 강의를 꾸준히 들었다. 처음에는 잘 이해 안 됐지만 끝까지 듣고서 실무에 요리조리 적용해보니 나중에 통계적 접근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됐다. 운 좋게도 우리 팀의 근무 환경이 참 좋다. 주위에 데이터 뛰어난 분석가들이 많고, 프로그래머도 많아서 혼자서 하다가 모르면 바로 물어볼 수 있다.


문학과 데이터 분석의 닮은 점

데이터 분석 쪽으로는 많이 부족하여 분석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전공했던 문학과 직장 생활하면서 접한 데이터 분석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봤다. 문학 비평을 담당했던 대학 은사님께서 ‘텍스트 한 커플 밑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 행간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데이터 또한 그렇지 않나 싶다. 널려 있는 데이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한 커플 밑의 것을 더 볼 수 있는 사람이 분석가가 아닐까? 데이터 분석의 이슈 가운데 하나는 백그라운드가 제각각인 결과들(points)을 어떻게 서로 연결해야 하느냐다. 문학 비평도 각 요소를 연결하는 이슈가 있다.


성장

데이터 분석을 배우고 앱 서비스 하나하나를 기획하고 개발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주니어 단계에서 서비스를 책임지고 만든다는 게 너무나 좋은 기회이다. 오는 10월 10일, 헌혈 관리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날짜를 정해 놓지 않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기 때문에 목표일정을 잡았다. 이 서비스를 수익화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수익성을 먼저 생각하면 진정성마저 흔들리게 되고, 가고자 했던 방향에서 이탈할 것이다.

사업을 하는 아버지께서 ‘30대 중반까지는 실패하더라도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라’고 늘 강조하셨다. 그 영향 때문에 레드커넥트 서비스도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 짐을 져본 사람만이 무게를 느낄 수 있듯이, 조직 안의 벤처기업이지만 대표로서 책임감이 무엇인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통계와 데이터 분석을 더 배우고 어려운 주제에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내 스스로가 주인인 삶을 살고 싶다. (끝)


출처 :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제공 : 데이터 온에어 Dataonai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