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인터뷰

DB 노하우, 데이터직무, 다양한 인터뷰를 만나보세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고넥터, “건너봐야 그 깊이를 안다” - 고영혁 Arm 트레저데이터 한국 총괄 (상)

DATA 인터뷰
작성자
dataonair
작성일
2019-10-29 00:00
조회
1171


데이터인 인터뷰: 고영혁 Arm 트레저데이터 한국 총괄 (상)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고넥터, “건너봐야 그 깊이를 안다”

고영혁 Arm 트레저데이터 한국 총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게임사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활동했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경제학, 응용통계학을 전공했고 대기업과 SW 벤처기업에서 데이터 분석 실무 경험이 있어서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데이터 전문가로 통한다. 고 총괄은 머신러닝 시대에는 좋은 데이터 확보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좋은 데이터 확보를 위한 데이터 설계뿐 아니라 기존 비즈니스에서도 좋은 데이터 확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 데이터 관리 솔루션을 공급하는 외국계 기업의 한국 총괄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스타트업 대상의 데이터 컨설팅 활동을 하는 고 총괄을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이른 아침에 만났다.
인터뷰: 박세영(글봄크리에이티브, sypark@mustree.com)

나는 대학 전공부터 사회생활 이력까지 스스로 즐길 수 있고 몰입할 수 있었던 것들을 선택하며 살아왔고, 공통의 키워드는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데이터였다. 전자공학과에 입학하여 4학년 1학기까지 다니다 자퇴 후 다시 입학시험을 치러 경영학?경제학?응용통계학을 복수 전공했다. 사회생활은 2003년에서 2006년까지 NHN 한게임에서 고스톱?포커 등 전통적인 게임을 리뉴얼하는 일로 시작했다. 그 회사는 당시 서비스·기획·개발?마케팅을 테스크포스팀 한 곳에서 진행했는데 내게 서브 PM 역할을 줬다. 온라인 게임의 실시간 로그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들에게 게임 몰입도를 높이고, 그 결과로서 아이템 구입을 늘리는 접근법을 고안해서 적용했고 결과도 좋았다.



column_img_595.jpg
△ 고영혁(Arm트레저데이터 한국 총괄)


데이터와의 인연

두 번째 직장은 지마켓이었다. 그곳에서 2008~2009년까지 일했다. 카드·적금·보험 등 금융 서비스 상품 판매를 담당했다. 당시 지마켓은 유형의 상품 판매에서 무형의 서비스 상품으로 영역 확장을 시도하고 있었다. 대형 마켓플레이스에서 회원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무엇을, 언제, 얼마나 구매하는지를 분석했다. 분석한 결과, 혼수용품 구입, 분유와 기저귀 구입, 진학 용품 구입 등 구매 데이터를 통해 생애주기를 추론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금융권 파트너사들로부터 태아보험, 변액실버보험, 사회첫진출 적금 등 일부 금융상품은 생애주기를 고려하여 설계하고 마케팅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애주기상 회원들의 단계를 파악해 그들의 이동 경로에 구입할 만한 상품을 노출하고, 데이터로 고객 세그먼트를 나누어서 세그먼트별로 관련 상품 소개 이메일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형태로 접근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런 접근법이 과연 먹힐지에 대한 회의 섞인 피드백도 있었는데, 일단 실행으로 옮기면서 성과를 증명했다.

더 다양한 경험을 하려면 특정 조직에서 일하는 것보다 독립하는 게 낫겠다고 여겨 지마켓을 나왔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대학원에서 인지심리학 공부를 했다. 가장으로서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있어서 1년을 마치고 휴학했다.

그때 몇몇 대형 게임사와 골프 엔터테인먼트사에서 ‘한게임’에서 했던 역할을 조건으로 합류 제안을 해왔다. 비슷한 일을 다시 하는 게 당기지 않아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나는 익숙한 한 가지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파고들어서 배운 것을 토대로 그것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배움의 폭을 늘리는 것을 좋아한다.


커리어 컨설팅을 하며 알게 된 것

NHN을 나와서 대학원에 다니다가 다시 일을 해야 했을 때, 당시 내 경력을 완전히 지우고 새로운 분야를 시작하는 것도 위험해 보여 커리어 컨설팅을 받아보았다. 커리어 컨설팅을 하는 곳을 찾아봤더니 대부분 서치펌에서 겸하고 있었다. 두어 곳을 찾아가 받아본 컨설팅은 나름 도움이 됐다. 그 과정에서 헤드헌팅이 어떤 일이고 서치펌이 어떤 생태계로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 때의 배움을 통해 지마켓을 퇴사하고 나서 ‘고넥터’라는 개인 브랜드를 기반으로 헤드헌팅 사업을 2년 정도 했다. 추후 내 이름을 걸고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업계 동향도 잘 알아야 하고 좋은 사람도 많이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헤드헌터로서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서 시작했던 사업이었다. 중매와 매칭의 기본 속성은 인재를 원하는 회사와 직장을 찾는 사람을 동시에 배려하는 것인데, 그런 일에 큰 흥미를 느꼈다.

이 일을 잘 하려면 회사 인사부서와 현업부서에서 어떤 비즈니스 니즈가 있는지, 원하는 인재상이 어떤 건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외부에서는 얻을 수 없는 고급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된다. 당시 사람만 추천해주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 컨설팅까지 해주면 인재 추천 업무가 더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실천하기에는 아직은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생각만 하고 적용해 보지는 못했다.

헤드헌팅 일을 하면서 여러 업종에 대한 이해와 지금도 알고 지내는 여러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일을 할 때는 내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 소셜 미디어 등 첨단 분야에 대한 기업 강연 및 교육 활동과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까지 크고 작은 기업 대상의 코칭과 컨설팅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건너봐야 그 깊이를 안다

수많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나도 IT 스타트업을 차려보고 싶었다. 대신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도 통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이때의 서비스 및 사업 아이디어의 핵심 축도 역시 데이터였다. 주변 지인들과 팀을 구성해 정부사업을 제안해 선정돼 2012년 8월, 미국으로 건너갔다. 2013년까지 한국을 오가며 보람도 느끼고 고생도 할 만큼 해봤다. 수익 창출이라는 잣대로 보면 성공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의미 있는 마일스톤을 찍어보고, 그 경험을 발판 사람아 다음 단계로 건너갈 수 있었다. 많이 속상했지만 2013년 10월, 그동안 했던 일들을 정리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2014년부터 다시 고넥터로서 여러 가지 일을 시작했다. 예전보다 내 가치를 더 높이려고 꽤 노력했다. 미국에서 했던 활동도 도움이 돼서 다시 나만의 브랜드를 쌓을 수 있었다. 직접 SW 스타트업을 만들어 고생도 해봤더니 예전에 내가 했던 스타트업 대상의 컨설팅 활동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직접 건너봐야 물 깊이를 안다고 패기와 이론을 앞세웠던 예전 컨설팅 활동들의 부족했던 점들이 보였다. 여러 일을 경험하면서 결국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데이터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

2015년부터 했던 일은 대부분 데이터 컨설팅이었다. 경희사이버대에서 1년 동안 겸임교수로 빅데이터 관련 강의를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2015년 가을, 지금의 트레저데이터를 만날 기회가 찾아왔다. 내가 낸 『그로스해킹』 책 사인회에서 전 한국지사장을 만났다. 대학 강의를 준비하면서 트레저데이터(나중에 ARM에 인수됨)에 대해 알고 있을 때였다. 그때 인연으로 2016년부터 실리콘밸리의 잘 나가는 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인 트레저데이터에서 일하게 됐다.


모든 걸 데이터로 남긴다

그로스해킹은 인과관계를 데이터로 분석?실행해 정량화한 목표 달성을 최적다. 첫 번째 포인트는 수치로 목표를 정량화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리소스를 투입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최적화하느냐다. 나머지 두 개는 앞의 두 개를 해내는 데 필요한 데이터와 인과관계다. 출발점에서 목표 도달 경로를 추적해야 하는데 그 경로가 인과관계가 된다. 인과관계를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를 남겨야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요소를 제어할 수 있다.

헤드헌팅 사업을 할 때, 만난 사람들을 여러 속성으로 구분?정리하는 형태로 그로스해킹을 적용했다. 한 사람의 이력서는 데이터로 분석하기에는 적절한 포맷이 아니다. 그래서 정량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봉이나 경력 연차 같은 수치로 표현된 것뿐만 아니라 이 사람의 강점은 무엇이고, 어디서 어느 정도의 경력을 가졌고, 어떤 일을 해서 성공률은 어느 정도라는 것을 수치화했다. 이런 패턴을 토대로 매칭 작업을 했다.

헤드헌팅하면서 원래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커리어 컨설팅도 수백 번 했다. 이력서만으로는 부족하여 대리 면접관이 되어 얘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왜 이 사람이 그런 결정을 했고 어떤 사고관을 갖고 있고, 본인의 강점을 모르고 있거나 표현 못하는 것까지 파악하게 된다.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람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람을 직접 만나서 정성적으로 이해하면서 많은 걸 배우게 됐다. 중요한 건 사람을 잘 이해하는 일이다. 사람을 이해할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그걸 어떻게 데이터화하는 게 좋을지를 헤드헌팅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어떤 사업이든 사람을 이해하는 게 핵심이다. 단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명목으로, 사람을 틀 안에서 규정하는 건 위험하다. 규정하기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전제해 두고 접근한다. 이런 경험을 모아 『고민이 없으면 20대가 아니다』라는 책을 낼 수도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출처 :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제공 : 데이터 온에어 Dataonai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