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에 의한 조직형태의 변화

김중한/경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정보기술의 발달은 기업내부 또는 기업간 의사소통 기능을 개선시켜 조정(coordination) 업무의 비용감소 뿐만 아니라 속도와 질의 향상을 가져왔다. 새로운 기술은 이전에 단절되었던 업무의 보다 효과적인 조정을 가능하게 했으며 조정이 강화된 새로운 형태의 기업구조로의 전이를 가속시키게 된다.

지난 한해에도 정보통신 산업은 새로운 용어와 개념들의 홍수 속에서 보냈다. 그것들은 벤더들의 마케팅 용어일 수도 있고, 학계에서 만들어낸 개념일 수도 있다. 올해도예외는 아니어서 또 다른 용어들이 새롭게 등장할 것이고 이는 기업 IS 담당자들에게 개념적 혼란과 구현상의 실수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루가 다르게 출현하는 세부기술의 도입을 고려하기 전에 가장 기본적인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과연 기업에서 정보통신기술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기차와 자동차가 여행에 있어서 시간적 제약을 감소시켰을 때 비용 이외의 가치가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결정하는데 보다 중요했던 것처럼 기업이 원하는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정보기술의 비용이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을 때 우리는 다른 가치 즉, 정보기술이 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시스템 발전과 변화

정보통신기술의 성능과 비용이 극적으로 향상될 때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과거 운송수단의 발전에 비유해 생각해 보자. 운송수단은 지난 세기를 통해서 비용과 성능면에서 현저히 발전됐으며 기업 생산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였다.

세 가지 카테고리(대체, 사용증가, 새로운 구조)에서 운송수단의 발전이 가져온 변화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효과는 대체효과라고 할 수 있다. 운송비용의 감소에 따라 사람들은 말, 마차 등 재래식 운송수단 대신 철도, 자동차 등 발전된 형태의 운송수단을 사용하게 됐다. 이는 두번째 변화를 가져왔는데, 저렴하고 신속한 운송수단의 발전에 따라 사람들이 더 많은 여행을 하게 되는 사용증가 효과를 가져왔다.

장거리 통근을 하게 되었고 보다 자주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열리는 비즈니스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운송수단을 자주 이용하게 됨으로써 세번째 변화 즉, 새로운 ‘운송집약적’ 구조의 출현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 외곽지역에 거주하고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게 됐다. 이는 저렴하고 편리한 운송수단의 확산에 따른 새로운 구조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모든 산업에 걸쳐 조정(coordination) 비용의 감소를 가져왔으며 이에 따른 변화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번째 변화로 조정비용 감소에 따른 대체효과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나 은행에서 데이터 처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수많은 종업원들을 해고했다. 마찬가지로 제조공장에서 작업진행을 조정하고 작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시스템 도입으로 작업촉진 담당자들은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다. 기업내부의 조정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기업간의 조정에도 대체효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하는 시스템의 구축으로 증권 브로커와 거래 전문가들의 업무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두번째는 조정비용의 감소가 조정업무의 양을 증가시키는 정보요구의 증가효과를 들 수 있다. 자주 인용되는 한 엘리베이터 회사의 엘리베이터 유지보수관리 시스템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고객지원 센터에 접수된 고장신고는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고 곧바로 지역 보수팀을 현장으로 파견한다. 이 실시간 정보는 고장수리 업무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 예를 들어 1백대 중 8대에서 발생한 부품결함을 보수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나머지 92대 엘리베이터의 부품을 고객이 인지하기도 전에 교체할 수 있었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업무에 따르는 방대한 통신작업과 조정작업 때문에 과거에는 거의 불가능한 프로세스였다. 이 시스템을 통해서 고객만족도를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보수요청 건수가 20% 가까이 감소됐다.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조정비용의 감소는 조정프로세스가 강화된 구조로의 전이를 가속시키는 세번째 효과를 가져온다. 한 과자제조업체의 영업사원들은 2백여개 제품의 판매정보를 기록하기 위하여 휴대용 컴퓨터를 사용한다. 매일 저녁 저장된 정보는 중앙의 컴퓨터에 입력되고 다음날 적용될 가격변동이나 판촉정보를 휴대용 컴퓨터로 전송한다. 매주일 요약된 판매정보는 기타 외부 데이터와 함께 임원정보시스템을 통해 40여 임원에게 전달된다. 이 시스템은 이전의 중앙집중 의사결정 구조를 지역 영업소로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기업간의 조정프로세스를 강화하기도 한다. 섬유산업에서 섬유공급업체와 천을 짜는 업체, 그 천으로 옷을 만드는 업체, 그리고 의류판매업체 간의 공급사슬관리 체계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서울에 있는 한 백화점에서의 털 스웨터 판매는 대구에 있는 모직공장의 생산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결된 조직과 글로벌 조직

조정이 강화된 대표적인 조직형태는 경영학 이론가들이 말하는 ‘연결된 조직(Networked Organization)’으로서 그 유연성 때문에 종종 adhocracy(ad hoc + cracy)라고 불리기도 한다. 법률회사나 컨설팅업체는 다양한 전문성과 기술의 조합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의 특성 때문에 이미 이 형태의 조직을 갖추고 있다. 이 조직형태는 고도의 분산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존의 계층적 의사결정 구조를 따르지 않고 비교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그룹들간에 상호의존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평적 의사소통 채널을 유지한다.

단순한 전자우편, 게시판으로부터 지식관리시스템에 이르는 전자매체는 조직의 연결성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킨다. 예를 들어 사내 네트워크를 이용해 기업내 여러 부서에서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사원을 찾아내고 조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기술은 조직의 ‘정보 신진대사’를 가속시킬 수 있다. 즉, 기업에서 정보의 획득, 이동, 요약, 탐색, 대응을 신속하게 한다.

연결된 기업을 지원하는 정보기술을 구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어떻게 조직원들이 정보를 공유하도록 독려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연구는 정보시스템의 실제 활용도와 기업의 장려정책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지식관리시스템에서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아는 ‘전문가’가 되어야만 보상을 받게 된다면, 그 시스템에 입력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는 시스템 성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장려정책, 조직문화 등과 같은 비기술적인 이슈를 충분히 고려해야만 시스템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보통신기술이 멀리 떨어진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용이하게 한다면 ‘글로벌 조직(Global Organization)’ 형태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연결된 조직은 한 국가 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규모에도 똑같이 해당된다.

많은 국제적인 기업들은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신상품을 기획하기 위해서 전세계에 걸쳐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는 adhocracy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정보기술은 상이한 국가경제하의 여러 자회사들이 더 이상 독립적이고 자치적인 개체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상호의존적인 연계성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한다.

분산된 업무의 중앙통제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에 따른 기업 내 세력변화에 두 가지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중앙에서 조직원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반대로 세력이 기업 전체로 분산되어 조직원들이 각자의 편협한 이익을 위해 그 힘을 사용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렇지 않으며 중앙집중화와 분산화가 적절히 조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정보가 보다 용이하게 분배되므로 조직하부의 구성원도 효유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상위계층의 관리자는 하부수준에서 내려진 결정을 용이하게 검토할 수 있게 되어 의사결정에 중앙집중적 통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정유회사에서 제품가격은 고위 관리자가 여러 수준 아래의 자문분석가의 도움을 받아 결정하였지만 새로운 정보시스템이 제공하는 글로벌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글로벌 정보를 경쟁자의 가격 등 지역정보 고려할 수 있는 지역관리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각 지역에서 보다 적절한 가격정책을 구사할 수 있음을 알았고 따라서 가격결정을 분산화할 수 있었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낮은 비용으로 대량 정보의 저장, 처리, 전송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필요한 모든 정보를 손쉽게 탐색, 검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보기술이 가능하게 할 기업구조에 관해 생각해야 한다. 즉, 정보기술을 통해 조직내부 또는 조직간의 조정기능 강화에 따른 새로운 조직구조로의 변화를 주도해 보면 어떨까 적어도 이런 조직구조를 지원할 수 있는 정보 아키텍처는 준비해야 한다.

<그림> 계층형 조직과 연결된 조직 구성

제공 : DB포탈사이트 DBgu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