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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 출신 최고 경영자 등장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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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MS별 분류
Etc
작성자
dataonair
작성일
2002-09-01 00:00
조회
10903





SCM 출신 최고 경영자 등장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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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한국EXE테크놀로지 사장
창업주가 아닌 전문 경영인으로서 그 사람이 어느 분야 출신인가 하는 점은 늘 관심 사항이다. 간혹 회사 요직을 두루 거친 마당발 출신도 있지만, 어느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영업 출신이다, 생산 전문가이다, 혹은 자금통이다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최고 경영자 소개에 한 부분을 차지하는 문구이다.

국내 제조·유통업체에서 공급망관리(SCM) 혹은 물류 전문가가 최고 경영자가 됐다는 보도를 아직 접해 보지 못한 것 같다. 2002년 포천지 1백대 기업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리 스콧 회장이 유통업체에서 가장 중요한 영업이나 관리출신이 아니라 운송 담당 부사장, 물류 담당 수석 부사장 출신으로 한때 트럭 기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국내 많은 기업의 경영자들이 SCM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성공한 글로벌기업들의 모델을 보고하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경영 전문 컨설턴트들로부터 보고나 교육을 받고 하는 이야기인지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지만 ERP와 CRM과 더불어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국내 한 기업이 SCM 성공 사례를 발표한다고 해서 직원들에게 그 세미나에 참석해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토록한 적이 있다. 물론 그 내용은 SCM의 성공적인 구축과는 동떨어진 것이었고 다만 어느 특정 업체의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사용하면 외국의 어느 기업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분명 최근 제조·유통기업에게 성공적인 SCM은 매우 중요하다. 몇몇 대기업에서는 많은 자금과 시간을 들여 부분적으로 SCM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SCM은 그 용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통적인 기업구조, 즉 자기 기업의 최적 프로세스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으며 반드시 공급망의 여러 비즈니스 주체들간의 협업을 통해야 결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SCM의 성공은 특출한 어느 한 기업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SCM을 구축할 수 있는 그 사회의 전체적인 경쟁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전반에서 인식되고 있는 상식의 경영 관리 수준이 낮은 사회에서는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SCM은 선택 아닌 필수

우리나라처럼 오랫동안 수직 계열 구조적인 기업 상황에서는 SCM의 등장이나 요구 사항이 매우 적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원부자재 조달에서부터 최종 고객에 대한 판매시점까지의 모든 채널이 한 기업군에서 운영될 경우에는 사실 왜 재고의 흐름을 관리하고 통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모든 재화가 한 기업의 소유가 되니 물류 파이프라인에 대한 최적화나 투명성 등의 중요성이 최고경영자에게 부각되기가 매우 어려웠던 것이다.

지금도 이런 기업 구조를 갖고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런 기업 형태로는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개별 기업들은 자신의 경쟁역량을 최고로 발휘 할 수 있는 분야만 집중을 하고 다른 요소는 협업을 통해 최적화한다는 것이 최근 기업들의 전략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SCM의 성공적인 구축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 사항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기업들의 오랜 관행을 보면 이런 SCM을 구축하기 위한 자질이나 소양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점이다. 즉 기업의 벽을 넘어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떻게 흘러 다니는가에 대한 추적이나 관리를 해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납품업체나 유통업체 아니면 물류업체가 해야 하는 일로 치부했던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분석 시스템을 갖다 놓아도, 자사 SCM 프로세스를 아무리 개선해도 기업의 벽을 넘어 있는 정보를 정확하고 수월하게 관리 분석하지 못하는 한 궁극적으로 SCM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많은 혁신들을 달성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외국 선진 기업들은 적어도 20~30년 전부터 기업구조가 개선되고, SCM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필연적인 협업 관계를 구축하여 현재의 위치를 이루었다. 하지만 아무리 밀어붙이기식의 경영 관리로 오늘날 우리 기업들을 세계적 위치에 올려놓았다고 해도 SCM은 그 태생이 다르다 보니 그것만으로는 빠른 시간 안에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ERP나 CRM도 매우 어려운 프로젝트지만 그래도 기업내부의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혁신을 통해 공격 가능한 목표물이다.

그러나 SCM은 역량 있는 컨설턴트나 우수한 관련 솔루션업체들이 최선의 프로세스나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그 성공률이 매우 떨어지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며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의 구조적인 곳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상황에서 SCM을 포기하면 지속적인 이익 구조 개선과 민첩한 시장 접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명확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난처한 입장이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많은 기업에서는 이와 같은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한다.


월마트와 국내기업의 인식차

미국에서 월마트의 물류서비스를 대행하는 3PL사의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볼 기회가 있었다. 이 회사는 이미 국내 굴지의 대기업 물류 업무를 미국에서 하고 있는 기업이다. 우리나라 기업과 월마트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다. 그 사장의 답은 매우 명료했다. 국내 기업의 물류를 처리할 때는 일단 많은 질책을 받으면서 일을 한다고 했다. 여러 예외 상황과 긴급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것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늘 질책을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중역들은 실질적인 업무내용을 전혀 모르고 단지 해내라고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무 책임자들은 업무의 흐름을 잘 알고 있지만 어찌할 바 모르고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계약이 취소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월마트는 매우 어렵게 물류 서비스업체가 되었는데, 막상 되고 나니 너무 마음이 편하더라는 것이다. 책임 있는 중역들과 회의를 하면 너무도 업무를 잘 알고 물류업체의 어려운 점을 이해하며 업무를 시작할 때 협의한 KPI에 대한 것만 지켜달라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전혀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작할 때 긴장을 했던 것에 비하면 업무는 매우 수월하고 예외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 소재를 따져서 업무 처리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실무자 수준으로 내려왔더니 매우 빡빡한 SCM 비용 구조를 갖고 있고 실제 업무에 따라 대단히 세분화 시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물류업체가 조금만 관리를 잘 못하면 손해보기 십상이고 사소한 실수하나도 용서 없이 패널티 청구서가 날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불만보다는 더 잘 하면 더 많을 일을 갖고 올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 좋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와 같은 내용이 오늘날 우리 기업의 SCM 관리의 현 주소일 것이다. 영업과 생산의 차별성이 더 이상 수월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SCM 비용 절감이 기업의 순이익에 직결되며 SCM 최적 관리를 통한 시장대응 능력 향상과 고객만족 증대는 기업 경쟁력 제고의 절대적 무기가 된다는 것은 모두가 인식을 같이 하고 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다른 어떤 프로젝트보다도 SCM 프로젝트는 성공에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점에서 바로 SCM 출신의 최고 경영자를 기대해 본다. 단순히 SCM이나 물류 출신의 임원이 최고 경영자가 돼야 SCM을 성공적으로 구축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기업의 안과 밖의 재화와 서비스 흐름관리와 투명성 제고, 협업 관계 설정과 이익 공유 등의 과제로 바뀌지 않으면 결코 SCM 구축이 단순한 자금과 시간 투자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많은 주요 전사 프로젝트들이 최고 경영자의 깊은 관심이 주요 성공요인이지만 특히 SCM은 전통적인 개별 이익모델과는 그 사상을 달리하고 사내의 기능 통합이나 협업, 사외의 여러 관련 기업들과의 투명한 물류 관리나 협업 또는 그 개선을 통한 이익 공유 등은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기업 경영모델이기 때문이다.


비용절감과 고객만족 가능

국내 많은 제조·유통기업들은 그 내용을 보면 이미 선진 어느 나라의 기업들보다도 글로벌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생산 부분에서 본다면 세계 최고의 수준에 올라 있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다만 우리 스스로가 우리가 그렇게까지 글로벌화 되었는지를 미쳐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지 그 내용을 보면 이미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규모를 갖추고 있는 많은 나라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SCM부분에 대해서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가 어렵다. 낮은 총 재고효율성, 과대한 물류 거점 관리비용, 거점수, 그에 따른 높은 보관비, 수배송비 등은 당장 눈에 보이는 비효율성의 단면일 뿐이다.

이러한 SCM의 비효율적 관리는 역설적으로 우리 기업의 신규 이익 창출의 중요부분이 아직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진정으로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보다 실질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남은 분야가 바로 SCM 분야라는 것이며 이것은 결코 한 기업에 의해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먼저 기업내부의 SCM 최적화를 달성해 놓아야함은 당연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경영철학으로 공급망의 모든 기업들의 최고 경영자들이 무장이 되어 있을 때 비로소 총 SCM 비용의 절감과 동시에 고객만족의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최단의 방법이 SCM 출신의 최고 경영자 등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번 해본다. 물론 나 자신이 바로 SCM 전문가이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제공 : DB포탈사이트 DBgu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