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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비밀’의 유혹과 정보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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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MS별 분류
DB일반
작성자
dataonair
작성일
2002-12-01 00:00
조회
8601





‘최후비밀’의 유혹과 정보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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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범
에이아이리더스 상무

미래는 우리가 알 수 없음으로 해서 호기심과 함께 불안감으로 다가오곤 한다. 호기심 또는 불안감 때문에 우리들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수 있다. 미래의 정보기술에 대한 이런저런 예상도 인간의 고유한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 속에서 기술의 미래가 태어나듯이 미래의 정보기술도 인간의 편의 속에 있는 것이다.

사람과 컴퓨터의 체스 대결에서 박빙의 시합을 펼쳤지만 사람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 끝에 가까스로 이긴다. 승자는 ‘은밀한 동기 덕분에 승리했다’는 말을 남기고, 그날 밤 사랑의 절정 순간에 제일 행복한 모습을 하고 죽는다. 이를 취재한 기자는 ‘은밀한 동기’에 주목하고 사건 뒤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 나간다. 그는 사람들이 행동을 하는데 어떠한 동기들이 영향을 미쳤는지 찾아가면서 최후비밀에 접근한다. 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의 한 부분이다. 전에도 그러했듯이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놀라고, 그 속에 펼쳐지는 정보기술의 조각들도 흥미롭게 주울 수 있다.


미래의 컴퓨팅 방향은

어떤 행동을 이끌어 내는 동기는 무엇인가 소설 속에서 잠시 그 답을 가져온다. 작가는 생존을 위한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부족함을 채우고자 하는 것, 의무감, 개인적인 열정, 종교, 모험, 그리고 최후비밀에 대한 호기심들을 동기로 열거한다.

그렇다면 미래 컴퓨팅을 이끌게 하는 동기는 무엇일까 미래의 컴퓨팅은 그리드 컴퓨팅(grid computing), 오토노믹 컴퓨팅(autonomic computing), 온디맨드 컴퓨팅(on-demand computing)으로 발전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기존에 분산돼 있는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결합, 활용해 원하는 결과를 보다 빠르게 얻고자 하는 것이 하나의 동기이다.

그리고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면서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컴퓨팅도 또 하나의 목적이다. 그리하여 사람이 필요로 할 때 전기나 수도 등의 유틸리티들을 사용하듯이 신경 쓰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방향에 대한 동의 여부는 각 개인에게 주어진 것이겠지만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자유롭게 얻을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즉, 이 모든 것들이 정보기술의 발전을 이루어 나가려는 동기들이다. 다시 말해 사람을 위한 컴퓨팅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술 개발의 동기가 될 수 있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 등장컴퓨터를 살펴본다. 슈퍼컴퓨터가 사람과 대결하면서 등장한다. 딥 블루(Deep Blue) IV가 체스 경기에서 사람에게 패배하고 버려진 후 딥 블루 V가 개발된다. 사람이 만든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지 못할 경우 사람이 그 컴퓨터를 폐기해 버린다. 사람을 이겨야 하는 컴퓨터. 그것이 최종 목적이 되는 순간, 어떠한 상황이 발생할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또한 신체가 모두 마비되고 안구만을 움직일 수 있는 환자가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안구의 움직임으로 대화를 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환자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많은 기능과 좋은 성능을 가진 컴퓨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연결된 정보의 바다 속에서 얻은 정보로 자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마침내는 마음을 읽어내는 컴퓨터를 보유한다. 이를 제어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 통제력을 잃는 순간 스스로 변형하며 창조하는 개체가 돼 버린 컴퓨터는 단독 행동까지도 하게 된다. 컴퓨터의 발전 측면에서 보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겁나는 일이기도 하다.


최후비밀에 대한 접근

편리함, 유용함이 동기라면 쾌락의 추구도 동기 중의 하나이다. 소설에서는 그 쾌락의 신호를 지속적으로, 정기적으로 받기 위해 뇌 속에 수신기를 심고 외부에 안테나를 달고 생활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안테나를 매달고 생활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렇지 않아도 많은 안테나의 홍수 속에 머리에 하나 더 붙어 있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어째 좀 으스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소설 속에서 최후비밀은 인간의 쾌락을 지배하는 뇌 속의 한 극점이다. 이 극점을 발견하려는 노력과 실험은 소설 속의 가상 이야기라 하더라도, 이 극점을 반복적으로 자극함으로써 인간의 행위를 지배할 수 있다는 내용은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적당한 강도의 자극은 생활의 활력소가 되지만 과도함은 파멸로 이끈다.

인터넷이나 게임에 중독돼 정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 들린다. 무의식적으로 최후비밀의 극점을 자극하게되면서 벌써 이러한 단계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잠깐의 쾌락을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들. 결국은 현실과 가상 사이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무감각으로 치닫는다. 점차 강도를 높여야만 생각하는 만큼의 쾌락을 얻을 수 있다.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강도를 적당하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최후비밀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최후비밀이 가지고 있는 신비스러움을 벗기는 순간,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한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모든 것을 빼앗길 수도 있다. 정신까지도. 정보 기술은 이러한 양면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제까지 편리함과 유용함을 추구하면서 그리고 인간과 가까이 하려는 목적과 동기를 가지고 추구해 온 정보기술은 이제 편재컴퓨팅, 주문형 컴퓨팅 등의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며 다가오고 있다.

그렇더라도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라도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 최후비밀이 간직하고 있는 쾌락과 즐거움을 맹목적으로 추구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을 감지해야 한다. 누가 할 수 있는 일일까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풀 수 있는 것이다.


상상력의 힘

우리의 상상력과 추론할 수 있는 힘은 제대로 측정이 되지 않았을 정도로 무한하다. 단지 단편적으로만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을 뿐이다. 정보기술은 이런 토대 위에서 발전하고 있다.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무렵이다. 과장된 말이기는 하지만, 자와 연필과 지우개만 있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어떻고 이동컴퓨팅이 어떻고 하는 순간에 이런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됐다.

이제는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 모두 손을 놓고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갑자기 몰려드는 허탈함을 달랠 수 있는 도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들, 그것이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가져오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어떠한 순간에도 작가는 문학적 상상력을 펼치듯이 우리는 각자가 가지는 동기의 실현을 위해서 정보 상상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연필을 잡고 동그라미라도 그려야 한다. 머리 속에 그려지는 그림들에 생명을 주어 빛을 보게 해야 한다.

우리가 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업무를 정리하면서 유용성, 편리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고통은 작가가 글을 쓰는 고통과 유사하다. 작가가 하루 종일 강변에 앉아 물의 흐름을 마음 속으로 듣고 만들어 낸 단어들. 실제로 그 상황을 느끼기 위해 발이 닳도록 헤집고 다닌 산자락들. 이것들은 상상력 속에서 만들어지고 현실 속에서 구체화된 결과로서 작품이라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베르베르는 ‘나는 문체보다는 새로운 발상과 정보를 우위에 둔다. 약점을 보완하기보다는 장점을 강화하고 싶다’라고 했다. 좋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하고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다. 그 결과는 기술의 노예가 아니라 기술을 사용자의 뜻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최후비밀이 가져다 주는 최상의 기쁨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한다.


여유가 주는 즐거움

베르베르가 마지막 동기의 하나로 찾아낸 최후비밀은 사람이 추구하는 동기 중의 하나일 뿐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으로 모든 곳에 사람이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최후비밀이 가지는 신비함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고 살아가는 중에도 많은 기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정보기술의 최후비밀은 사람을 중심으로 할 때 최대의 유용성을 나타내어야 한다. 사람을 위하는 동기와 이를 이루려는 상상력과 노력의 결합이 이를 가져온다. 이는 모니터만 쳐다본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그려야 할 그림은 모니터 저편에 있을 수도 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라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무한한 상상력의 날개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자연의 소리를 듣고, 상상의 날개를 편 후, 다시 모니터 위에 그려본다.

가끔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비록 희뿌연 하늘이나마 그 속에서 여유가 주는 즐거움을 찾아보려 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과 환한 햇빛 속에서 터뜨릴 듯 건드릴 듯 스쳐 가는 쾌락의 극점을 느끼려고 한다. 그 순간 다른 누군가 내 앞을 재빨리 스쳐 앞서 나간다 해도, 고개를 들어보면 바로 내 앞에 있을 뿐. 최후비밀은 뇌 속 깊은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일상 생활에도 어딘 가에 숨어 있다. 그리고 우리가 힘들 때조차도 잠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을 알아보는 것은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

소설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면서 이미 정보기술 속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어 기술이 나아가야 하는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다시 한 번 맹목적인 최후비밀의 추구가 가져올 수 있는 피해를 생각한다. 그와 함께 새롭게 짓눌러 오는 보이지 않는 책임감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