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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과 데이터(6회) : 조지아의 블록체인 공공서비스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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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MS별 분류
Etc
작성자
dataonair
작성일
2018-11-12 00:00
조회
2788





블록체인과 데이터(6회)

조지아의 블록체인 공공서비스에서 배운다



이은철(비트퓨리 코리아 대표)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취미로 하던 사격이 선수 생활로 이어지며 올림픽 국가대표로 20여 년 활동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의 주인공인 되기도 했다. 2001년 선수생활을 마치고 전공 영역인 IT로 돌아왔다. 실리콘밸리의 윈드리버시스템을 시작으로 17년 넘게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한국 지사장으로 일했다. 아이피인퓨전, 트레저데이터, 클러스트릭스를 거처 현재 블록체인 업체인 비트퓨리 코리아 대표로 일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머코인의 한국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 5회에 걸쳐 블록체인의 핵심 기술과 변화를 소개했다. 블록체인이 불러올 장밋빛 미래가 우리나라에도 속속 소개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ICO(가상화폐공개)가 금지된 국내에서는 우려되는 지점도 적지 않다. 코인에 활용되는 공개형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비해 IT 시스템에 사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사례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설 블록체인이 미래 거버넌스 트러스트에 큰 역할을 할 것이므로 시스템 적용 등 도입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블록체인과 중앙집중형 시스템

여기서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블록체인이 시스템적으로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오랫동안 검증된 RDBMS를 포함한 중앙 집중식 IT 시스템의 기능과 성능을 블록체인이 당장 대체하기는 현재로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블록체인을 마치 DBMS를 교체하듯 모든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기존 DB로도 IT 거버넌스가 아주 잘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문서 보안이나 인증 시스템 보안 등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블록체인이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는 데서 그 가능성을 검증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ICO 없이는 블록체인의 실생활 활용이 시범 서비스로 끝나거나 늦어질 가능성마저 있다.


사실 블록체인은 거버넌스가 부족한 나라에서 먼저 적용되고 있다.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나라는 대부분 구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이다. 조지아(옛 구르지아), 우크라이나, 에스토니아 등이 바로 그런 나라에 속한다. 이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구소련에서 독립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점이다. 국가로부터 개인 재산을 보호받지 못해 물질적 피해 경험을 겪었던 세대가 살고 있다. 이들에게는 국가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시스템 트러스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때 등장한 블록체인은 너무나 중요한 시스템이었다.



블록체인 도입에 적극적인 나라들

비트퓨리를 창업한 발레리 바빌로프(Valery Vavilov) 역시 어렸을 때 소련 붕괴 과정에서 가족의 전 재산이 사라지는 일을 겪었다. 재산증명 서류 분실에 따라 소련으로부터 독립되면서 모든 재산을 잃게 됐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바빌로프에게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그가 겪은 일을 다시는 겪지 않게 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는 비트코인에서 번 돈으로 사설 블록체인 프레임워크인 엑소넘(Exonum)을 개발·공개해 많은 이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필자가 비트퓨리에 입사해 접했던 사설 블록체인 적용 사례를 소개한다. 이 사례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의 정부를 위한 블록체인 활용 사례연구(Case Study by Mitchell B. Weiss & Elena Corsi “Bitfury: Blockchain for Government)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조지아는 구소련에서 1991년 독립했다. 현재 가상화폐 마이닝이 세계 10위 안에 들 정도로 블록체인 시작과 함께한 나라이기도 하다. 인구 400만 명 정도의 작은 나라로서 지난 2008년에 소련과 한 차례 전쟁을 치렀던 경험까지 갖고 있다. 1991년 소련으로 독립한 후 조지아는 과거 공산국가에 만연된 비리와 싸워야 했다. 그 일환으로 2004년 법무부 산하에 토지 등록 관리를 위한 NAPR(National Agency of Public Registry)을 만들었다. 조지아는 모든 자산과 사업자등록을 NAPR 한 곳에 일임했다.



NAPR 이전에는 두 개의 기관에서 자산을 관리했다. 자산을 등록하는 데 8단계의 과정을 거쳐 38일 정도 소요됐다. 사업자등록 역시 9단계를 거쳐야 해서 30일이 소요됐다. 비용은 171달러가 필요했다. 서류로된 시스템을 운영했을 당시에는 단순 내용 수정에 뒷돈 100달러를 내지 않으면 언제 반영될지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였다.


NARP의 주 목적은 등록 단계를 간소화하고 비리를 단절하는 데 있었다. 자산을 디지털화해 지난 2009년부터 웹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조치 이후로 조지아는 2012년 세계은행으로부터 가장 빠르게 비리를 근절하는 나라로 선정됐다. 또한 2016년에는 가장 사업하기 쉬운 나라 16위에, 2017년에는 13위에 오르게 됐다. 그후 NAPR은 국가로부터 출생 및 결혼 증명서, 신분증 및 여권 발행까지 추가적으로 관리 책임을 넘겨받았다.



사업자등록 시간과 비용 절감효과 커

NAPR의 새로운 시스템에서 자산 등록은 최대 4일에 4~80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 사업자등록은 최대 3일에 40~81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혁신에도 불구하고 2008년 소련과의 전쟁과 여러 정치적 소용돌이를 거치며 국민들의 정치인들에 대한 믿음은 날로 낮아 지고 있다. 조지아 국민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지워지지 않았다.


NARP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2016년에 블록체인 도입을 결정한다. 조지아의 최고 IT 인력을 보유한 NAPR은 2016년 4월 비트퓨리의 사설 블록체인을 활용해 1년의 시범사업을 하기로 MOU 계약을 맺었다.


첫 블록체인 적용은 아주 간단했다. 기존 시스템에 블록체인 레이어를 추가한 것뿐이었다. 4명의 비트퓨리 엔지니어와 3명의 NAPR 엔지니어가 한 팀이 되어 부동산 문서 이전과 기능을 추가해 나갔다. 기존 시스템은 백업 시스템으로 함께 운용됐다.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문서관리 시스템이 탄생한 것이다.


1년의 시범사업 결과는 1~3일 걸리던 절차가 수초로, 운용 비용도 90%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블록체인의 혁신은 무엇보다도 문서가 의심된다는 문의가 들어왔을 때 실시간 감시기능으로 무한의 신뢰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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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조지아 정부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문서관리 시스템 프로세스


2017년 2월, 시범사업을 마치고 2017년에는 비트퓨리와 스마트 컨트랙트 개념을 적용하는 새로운 MOU를 맺었다. 기존 시스템은 시스템 내 위변조를 막고 자산의 주인만 공개 데이터의 수정 권한을 갖는다. 감사 기능은 강화됐으나 판매자와 구매자 간 거래 중에 올 수 있는 문제를 막을 수는 없었다.


예를 들어 NAPR에 판매자가 구매자와 동시에 문서 명의 이전을 요청하면, NAPR은 자산에 대한 빛을 모두 갚았는지 확인 작업을 한다. 확인 작업 진행중에 판매자가 명의 이전을 멈춰 달라고 요청한 후 구매자가 보낸 돈을 갖고 사라지는 경우나 구매자가 등록을 먼저 요청해 등록이 완료되면, 돈을 안 보내는 경우는 막을 수 없다. 공증인이나 은행을만 비용이 많이 든다.


2단계 프로젝트는 스마트 구매와 세일즈 컨트랙트다. 이더리움이 추구하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 프로젝트는 판매자가 자신의 자산을 시스템에서 판매 요청을 하면, 구매자가 자신의 기대와 일치하면 구입 신청을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시스템에서 판매 허가가 남과 동시에 그 정보가 은행과 NAPR에 전달된다. 이때 구매자는 해당 자금이 판매자의 자산인지 확인해 자금을 이전하면 거래가 완료된다.


완료된 정보는 블록체인 내에 공개된다. 하루에 한 번씩 전체 시스템의 마지막 블록의 해시코드를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저장해 어느 누구도 시스템 위변조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기능을 엔커링이라고 한다. 이 시스템을 다른 등록 시스템이나 공증 서비스에도 활용 가능한지를 연구하고 있다. 2단계 프로젝트 완성으로 정보 투명성을 확보하고, 은행과 NAPR 업무가 연결되면서 블록체인은 정부 업무의 트러스트를 부여하게 됐다.



레거시 시스템 능가하는 블록체인의 기능 개발돼야

이 프로젝트는 국가 차원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한 첫 사례로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지아 외에 다른 국가도 블록체인 시스템 도입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적용 사례를 분명하게 살펴본 다음에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나라는 블록체인이 장점으로 강조하는 시스템적 투명성과 트러스트보다는 관리적 투명성과 트러스트가 잘된 나라다. 따라서 기존 시스템을 능가하는 블록체인 기능과 빠른 속도 개발이 선행돼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단순히 특정 기업의 블록체인보다는 블록체인들이 상호 연동되는 거버넌스가 확보될 때 시범 서비스 이상의 블록체인 기술을 본격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리버스 ICO를 통한 큰 회사의 공개 블록체인이 먼저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으로 블록체인의 비트코인 적용 외의 응용 사례를 알아보았다. 다양한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 계획이 발표되고 있지만, 정부에서의 도입은 블록체인 도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