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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M의 발전이 디지털유비쿼터스 천국으로 가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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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MS별 분류
Etc
작성자
dataonair
작성일
2006-07-05 00:00
조회
8653







DRM의 발전이 디지털유비쿼터스 천국으로 가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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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l 북토피아 이사

디지털콘텐츠의 부가가치가 높아질수록 뒤따라야 하는 것은 바로 DRM기술이다. DRM기술은 복제성이 뛰어난 디지털콘텐츠의 가치를 유지시켜주고 저작권에 대한 관리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찾아올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디지털콘텐츠의 가치가 더욱 배가될 전망이어서 시대적으로도 DRM기술 발전을 재촉하고 있다.

스티븐 호킹은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쓰면서 수식 하나가 책에 나올 때마다 판매량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E=mc2’이라는 유명한 공식만큼은 인용할 수밖에 없었다. 책 판매량의 절반과 바꿀 정도의 가치가 있는 공식이었던 셈이다. 그 정도의 가치는 없을지 모르지만 경제학에는 ‘MR= MC’라는 나름대로 꽤 유명한 등식이 있다. 이 공식을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설명하자면, 상품 하나를 ‘추가로’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같도록 가격을 정했을 때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콘텐츠는 무한히 복사가 가능하므로 하나를 추가로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제로’(zero)에 가깝다. 따라서 디지털콘텐츠에 이 공식을 적용해보면, 디지털콘텐츠의 가격은 무료이거나 무료에 가까울 때 사회 전체적으로는 최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벅스의 유료화처럼 요즘처럼 콘텐츠의 유료화가 점점 강화되면 사회 전체의 복지는 거꾸로 가는 것이라는 얘기다. 세상 살기 점점 힘들어진다는 얘기에 학문적으로 근거를 제기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까.

전자책이라는 유료 디지털콘텐츠를 다루는 사람이 할 얘기는 아닐지 모르나 디지털콘텐츠 가격을 지금보다 대폭 낮춰 불법 복사하는 비용보다 더 저렴하게 서비스하는 상상을 가끔 해보곤 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디지털저작권관리)이라는 복잡한 기술적인 문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텐데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DRM 얘기가 나온 지 오래인데 아직도 DRM이 문제인가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콘텐츠와 DRM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된 지도 5년 이상 된 것 같은데, 실무에서 부딪히는 근본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바뀐 것 같지 않다.


DRM의 딜레마


디지털콘텐츠의 강점은 이동과 복사가 편하다는 건데, 이동과 복사가 가능하다는 디지털콘텐츠의 강점은 불법 복사를 쉽게 하는 약점이 되기도 하므로 불법 복사의 유혹은 항상 존재한다. 기술적으로 불법 복사를 막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으나 DRM이 강력해지면 강력해질수록 디지털콘텐츠의 강점이 사라져버리는 딜레마 때문에 고민이다. DRM이고 뭐고 다 좋은데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지는 말아야 할 거 아니냐는 항의에 우리는 아직도 무력하기 때문이다.
디지털콘텐츠의 대표격인 디지털 음악 시장을 보자. 디지털 음악 시장의 경쟁자는 음악 CD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기기에 복사해 들을 수 있는 장점으로 인해 거추장스런 음악 CD는 경쟁자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음악 시장이 90년대의 음악 CD시장만큼도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DRM 기술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로 밥 벌어먹고 떡볶이를 철근같이 씹어 먹으며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리는데도 DRM 때문에 핸드폰에서 MP3 파일을 듣기 위해 오랜 시간 헤매야 했다는 한 음악 사이트 사용자의 하소연은 2006년 현재 진행형이다.
더 심각한 것은 유료 구입자들이 불법 사용자보다 불편하다는 점이다. 디지털 음악의 경쟁 상대인 불법 음악 파일을 다운 받아 MP3 플레이어에 넣는데 5분도 안 걸리는데 디지털 음악 사이트에서 앨범 하나 다운 받아 핸드폰에 넣으려면 족히 30분은 걸린다. 상황이 이러니 불법 복사를 막기 위해 도입한 DRM이 더욱 불법 복사를 부추기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불편한 점은 속도뿐이 아니다. 돈을 주고 구입한 음악 파일은 제품 종류에 상관없이 어떤 MP3플레이어에서나 재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돈을 주고 산 음악 CD를 모든 재생기기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도 DRM 자체가 없는 불법 음악 파일의 경우 간단하게 파일 형식을 변화시켜 휴대폰으로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돈주고 산 음악 파일은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SK텔레콤 가입자는 휴대폰으로 음악 파일을 들으려면 SK텔레콤의 음악 사이트인 멜론에서 내려 받아야 한다. 맥스MP3, 뮤즈 등의 음악 사이트에서 구매한 음악은 사용할 수 없다. KTF, LG텔레콤 등 다른 이동통신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DRM의 제약은 사용자에게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디지털콘텐츠 제공자에게도 불편하긴 매한가지다. DRM이 없다면 돈 받고 판매한 디지털콘텐츠는 한번만 다운로드 받게 해주면 된다. 음악 CD를 구매한 사용자가 보관을 잘못해 분실했다고 해서 다시 음악 CD를 주지 않는 것처럼 사용자가 보관을 잘못해 파일을 날려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OS를 다시 설치하기 위해 포맷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DRM 때문에 콘텐츠를 백업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디지털콘텐츠 때문에 OS를 재설치하지 말고 그냥 쓰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항상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한 백년 정도 다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면 사용자가 만족할까 백년동안 다시 다운로드할 수 있어야 한다면 그 기간 동안 콘텐츠를 계속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로 인해 단 한 명한테만 판매한 콘텐츠라도 반영구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축적만 있을 뿐 덜어내 버리지 못해서 콘텐츠는 계속 증가하고 이로 인한 시스템의 부하 역시 큰 문제가 된다. 지금은 비록 디지털콘텐츠 시장의 초창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보관해야 하는 콘텐츠의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기간이 지나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이는 DRM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한 디지털 콘텐츠 판매 기업이 짊어져야 할 숙명인 것처럼 보인다.

디지털 유비쿼터스

음악 다음으로 디지털콘텐츠의 차기 주자 역할을 하고 있는 전자책(eBook)의 DRM은 디지털 음악에 비해 조금 상황이 낫다고 볼 수 있다. 전자책도 처음에는 고작 2∼3대의 PC에서만 볼 수 있었다. 물론 아마존 등의 전자책 서비스는 지금도 그런 제약이 있지만, 국내 전자책 시장은 PC 수의 제약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핸드폰에서도 볼 수 있고, PDA나 전자사전으로 옮겨서 볼 수 있을 정도까지는 발전했다.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에 들어선 것이다. 남에게 주는 것도 가능하니 장터만 형성이 된다면 중고(디지털 콘텐츠의 경우에도 중고라는 말이 성립할까 시장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DRM자체가 지원되지 않는 기기도 있고 확실한 DRM의 표준이 확립된 상태도 아니라서 사용자들이 느끼기에는 미흡한 점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미흡한 점이 1∼2년 안에 획기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전자책의 경우처럼 DRM 기술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고, 시장의 압력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 그 전망은 밝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신문을 보다보니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사의 폐쇠형 DRM정책을 조사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런 압력 역시 DRM의 발전을 촉진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DRM의 발전과 더불어 책, 음반, 영화 등의 모든 아날로그콘텐츠는 점차 디지털콘텐츠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디지털콘텐츠는 문화로서 모든 사람 생활에 존재하는 필수적인 존재가 될 것이고, 결국에는 ‘디지털 유비쿼터스 천국’을 이끌 것이다.